잘 익은 과실맛과 풍부한 바디감… 퇴근길 호주 '쉬라즈 와인' 어떠세요

입력 2018-09-28 18:06
생활 속 와인 이야기
(3) 자연을 담은 와인 '호주 쉬라즈'

호주는 와인생산 세계 5위
대표 품종은 '쉬라즈'
라즈베리·멀베리 과실맛 자랑

'손 클락'서 나온 쉬라즈 와인
한식과도 궁합 잘 맞아



몇 달 전 프랑스 파리 여행 중의 일이다. 매일 밤 와인바를 들렀는데, 가는 곳마다 젊은이들이 와인바에서 술을 한두 병씩 사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광경을 봤다. 밤늦은 시간에도 주류를 쉽게 살 수 있는 편의점이 없다 보니 생긴 문화였다. 친구들끼리 파티하다 보면 와인 한두 병이 더 필요한 순간이 꼭 생기니까.

한국은 어떨까? 도시마다 와인바가 즐비하지는 않지만 편의점에 가면 24시간 내내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을 얻을 수 있다. 생활 속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편의점의 와인 리스트는 의외로 믿음직하다. 좁은 공간에 꼭 필요한 품목만을 선별하고 진열하기 때문에 구색도 갖추면서,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지 않고도 가볍게 마실 만한 데일리 와인으로 부족함이 없다. 편의점에서는 주로 호주 칠레 등에서 생산한 와인이 각광받는다. 가격 대비 품질 좋은 와인이 많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호주 와인의 역사는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은 미국과 독립전쟁 후 식민지를 잃고 또 다른 개발지를 찾다가 1788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 시드니를 세웠다. 선단(船團)과 함께 포도나무가 들어오면서 호주의 와인산업 또한 이때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알코올 도수를 높인 ‘주정 강화 와인’을 주로

산했다. 1830년대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이 전해졌고 1832년에는 호주 와인 발전의 주인공으로 불리는 제임스 버스비가 프랑스 론(Rhone) 밸리 지역에서 잘라온 가지를 심어 ‘쉬라즈(Shiraz)’가 발전하게 됐다. 200여 년이 지난 지금 호주는 캥거루, 서핑뿐 아니라 와인 생산지로도 큰 명성을 얻고 있다. 한국 와인 시장에서도 프랑스·칠레 와인에 이어 호주 와인이 사랑받고 있다.

2016년 포도 재배 및 와인국제사무국 발표에 따르면 호주는 와인 생산으로 세계 5위 국가다. 세계 와인산업을 이끄는 중심에 있는 셈이다. 재배 지역이 넓은

큼 다양한 환경에서 다채로운 품종을 재배할 수 있는 것이 호주 와인의 매력이다. 재배 품종은 무려 100종을 넘어선다.

그중 호주를 대표하는 품종은 단연 쉬라즈다. 호주 쉬라즈는 온화한 지역에서는 라즈베리, 블랙베리, 멀베리(mulberry) 등의 잘 익은 과실 맛과 풍성한 보디감을 자랑한다. 서늘한 곳에서는 미디엄 보디에 버섯 및 훈제햄과 같은 아로마가 특징적인 감칠맛이 가득한 와인을 만들어 낸다. 포도나무 진드기병인 필록세라(phylloxera)의 영향이 없었던 대부분의 호주 와인 산지에서는 100년을 살아온 고목이 흔하게 발견된다.

올드 바인에서 얻어진 와인은 복합미가 뛰어난데, 심층부에서 수분을 끌어당겨 열매를 맺기에 소출량은 적지만 그만큼 다채로운 향과 맛을 내뿜는다. 손 클락(Thorn Clarke) 와이너리가 있는 바로사(Barossa)에 150년 수령 이상의 올드 바인이 존재한다는 이야기 등은 바로 이 때문이다.

바로사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중 하나인 손 클락은 무려 6대에 걸쳐 와인업에 종사하고 있다. 실로 장대한 세월이며 지역을 발전하게 한 주역이다. 바로사 지역에는 향신료와 흙 풍미를 필두로 숙성되면서 가죽향으로 발전되는 매력적인 프리미엄 쉬라즈 와인이 생산된다. 코르크를 열자마자 경쾌한 소리와 함께 진득하고도 진솔한 자연의 맛, 밝은 레드 프루트의 아로마가 즉각적으로 기분 좋게 뿜어져 나온다. 입안에서 고운 결을 느낄 수 있는 이 와인이야말로 호주 남부에서 온 ‘신의 물방울’이다. 으깬 후추의 스파이시한 풍미가 살아 있어 한식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이 와인을 이제 편의점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제는 와인을 집안에 쌓아 두기보다 필요할 때마다 퇴근길에 사는 건 어떨까. ‘손 클락 네이처 사운드 쉬라즈(사진)’ 한 잔이 고단했던 하루를 위로할 것이다.

양진원 < 와인칼럼니스트·프리랜서 와인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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