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단지 가치는 '통세권'에 달렸다

입력 2018-09-28 17:24
이광훈의 家톡 (12) 전원주택 단지 '옥석 가리기' (3)



1996년 경기 양평에서 첫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신혼 초엔 서울 평창동 산 아래 작은 연립주택에서 그런대로 자연을 만끽하며 살았다. 큰애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가 되자 맞벌이에 돌봐줄 손이 필요했고 어쩔 수 없이 아파트로 갔다. 큰애가 입학하자마자 도시 초등학교 교육의 민낯을 봤다. 바로 땅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첫 학기를 마치고 양평으로 내려갔다.

양평 땅은 우연찮게 찾았다. 자주 가던 마을에 괜찮은 땅이 있었는데 물가에다 규모도 적당했지만 팔리지 않고 있었다. 바로 옆 메추리 농장 때문이었다. 악취에 파리 떼가 진을 치고 있었다. 그걸 감수하고 집을 지었다. 동네에서 원성이 자자했고 농장주도 접을 생각이었다. 반년 정도 지나 메추리 농장은 문을 닫았다. 동네를 탐문해보지 않았다면 적어도 평당 50만원은 더 줘야 비슷한 땅을 살 수 있었다.

물가 전원주택은 대부분 수요자에게 로망이다. 아무리 물이 좋아도 강가에서 최소한 300m 이상은 떨어져야 한다. 그러고도 강둑보다 지대가 높아야 환절기 아침 안개의 공습을 피할 수 있다. 아침 안개는 발밑에 깔려 있을 때 아름답다. 그 속에 들어가면 폐와 관절에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

기존 마을로 들어가는 것은 적응 과정에서 원주민의 텃세나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그래서 단지로 조성된 곳을 찾지만 단지야말로 입지를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 오전과 오후에 한 번씩 꼭 가봐야 한다. 그래야 채광성을 제대로 체크할 수 있다. 전원생활에서 빛은 재산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단지까지의 접근성(자동차 주행거리, 도로 상황, 대중교통 편 등)이다. 접근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체크해야 한다. 단지 안으로 들어오는 길과 쇼핑, 외식 등을 하러 나가는 길, 즉 주변 편의시설과의 연계성이다. 귀찮더라도 직접 둘러봐야 한다. 동네 탐문 작업이 필요하다. 읍·면사무소 민원실에 들러서 상담하는 것도 좋다. 대부분 군청 홈페이지에도 대중교통 등 편의시설이 잘 정리돼 있다.

양평에서만 단독으로 집을 지었고 애들 성장과 함께 이사한 이천, 가평에서는 단지 안으로 들어왔다. 양평 시절에 애들은 ‘우리도 버스가 다니는 동네에 좀 살았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불렀다. 이천에서는 동네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었고, 가평에서는 전철역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단지에 산다. 서울에서는 일상이지만 전원생활에서 전철역 도보권에 산다는 것은 편의성에서 ‘슈퍼 갑’이다. 단지 접근성을 평가할 때 자동차로 오가는 길만 보기 쉬운데 대중교통과의 연결성이 확보되면 가치가 배가된다. 아파트에 ‘역세권’이 중요한 것처럼 전원주택단지의 가치는 ‘통세권’에 좌우된다.

이광훈 < 드림사이트코리아 대표 >

전문은 ☞ m.blog.naver.com/nong-up/221357523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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