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석의 워싱턴인사이드]⑤브루킹스 박정 "트럼프, 김정은 조치 부풀려말해"

입력 2018-09-28 07:47
수정 2018-09-28 09:15
<편집자주>3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미·북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2차 미·북정상회담 개최도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뉴욕 유엔총회에서 북핵 문제를 놓고 중재외교를 펼친뒤 귀국했다. 미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이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소개한다.

⑤박정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진보성향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박정 선임연구원(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연설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취한 조치를 부풀려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선임연구원은 27일(현지시간) ‘브루킹스 브리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연설 중 북한 관련 언급에 대해 논평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북한 문제 전문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북한과)매우 생산적인 대화와 미팅을 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는 것이 두 나라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는데 동의했다. 그 미팅(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우리는 얼마 전까지만해도 생각할 수 없었던 많은 고무적인 조치들이 이뤄지는걸 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어조가 180도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에선 미국과 동맹국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 김정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조롱했다는 걸 상기시켰다. 그는 “이(같은 변화)는 김정은(위원장)과 대화를 이어가려는 트럼프의 열망을 반영한다”며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대신)북한이 선호하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을 반복해서 사용하는건, 김정은 위원장이 협상 언어를 얼마나 그에게 유리하게 만들었는지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미사일과 로켓이 더 이상 어느방향으로도 날아가지 않는다. 핵실험은 멈췄다. 일부 군사시설은 해체되고 있다. 우리 인질들은 석방됐다. 약속대로 (한국전 때)전사한 우리 영웅들은 미국 땅에서 안식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위원장)이 싱가포르 회담 때 약속을 충족하기 위해 일부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위원장)의 행동을 부풀려 말하고 있다(overselling)”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톤다운된 수사를 사용하고 미사일과 핵실험을 자제하고 있으며 경제발전에 대한 열망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언론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핵무기 능력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게다가 김정은(위원장)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신뢰할만한 신호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엔 핵 이슈외에 북한의 인권 위반과 핵 비확산 문제, 일본인 납치 문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한 이복형제 암살을 지적했지만 이번엔 그런 지적이 없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많은 해야할 일들이 남아 있지만 김정은(위원장)의 용기와 그가 취한 조치에 감사한다. 비핵화 전까지 제재는 유지될 것이다”며 “여기까이 오도록 도와준 많은 회원국들에 감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거명했다.

이와관련 박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위원장)에게 계속 감사를 표시하거나 그를 칭찬하고 있다”며 “이는 그 이슈(북핵 문제)를 개인화(personalize)하는 것이며 북한에 대한 승리를 위해 매우 깊이 투자하고 있다는걸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선 대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가장 많은 발품을 팔았다(Moon has done the most legwork to keep the engagement momentum going)고 평가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