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에 고령화…땅값↓
도심서 30㎞ 이상 벗어나면
공동화 현상 빠르게 진행
[ 김동욱 기자 ] 일본에선 최근 대도시 도심지역의 지가 상승과 외곽지역 베드타운의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고도성장기 대도시 주변에 건설된 신도시들이 인구 감소와 고령화 영향으로 ‘올드 타운’으로 전락해 사회 문제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올 7월1일 기준 일본 전국 지가(기준지가)는 전년 동기 대비 0.1% 상승하며 1991년 이후 27년 만에 상승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전국 평균 지가 상승은 대도시 상업지역이 크게 오르면서 빚어진 결과다. 대도시 주변 신도시와 지방도시, 농촌지역 땅값은 오히려 하락했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대도시권 상업지 지가가 4.2% 오르고, 삿포로 히로시마 후쿠오카 센다이 등 지방 거점도시 상업지 지가가 평균 9.2% 뛴 반면 지방 소도시 지역의 땅값은 0.6% 하락했다. 일본 전체적으로는 인구가 줄고 있지만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로는 인구가 유입된 결과다.
이 같은 현상이 가속되면서 지방도시 공동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올 6월 일본 국토교통성이 발표한 수도권백서에 따르면 장기간 거주자가 없는 빈집이 도쿄 주변 수도권에만 74만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선 별장을 비롯해 임대·판매 목적이 아님에도 3개월 이상 비어 있는 집을 ‘빈집’으로 정의하는데 그 숫자가 최근 10년간 43%나 증가했다.
도심에서 30㎞ 이상 떨어진 외곽에서 공동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가나가와현 사이타마현 지바현 등 도쿄 인근 3개 현에서 최근 10년간 빈집 수가 51%나 증가했다. 일본 전역에 빈집이 318만 채가량 있는데 이 중 수도권 베드타운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수도권 베드타운 거주민의 평균 연령이 올라가면서 경제력이 약화되고, 인구 신규 유입이 중단되는 악순환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작성한 ‘시정촌 과세상황 등의 조사’에 따르면 2011~2016년 수도권 외곽지역 주민의 소득이 빠른 속도로 줄었다. 사이타마현 구키(久喜)시는 2011년 이후 5년 만에 구키시 거주민 1인당 평균 과세대상 소득이 5만4000엔(약 53만9616원) 감소했다. 오메(靑梅)시는 1인당 평균 과세대상 소득이 5년 전에 비해 4만7000엔 줄었다. 도쿄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신도시가 거주민 소득 감소, 노후화 등의 문제에 봉착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진단했다.
일본 신도시의 몰락 원인으로는 자족기능이 없는 베드타운으로 조성된 데다 높은 교통비 부담 등으로 장거리 출퇴근의 매력을 잃은 점이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에서 1~2인 가구 비중이 높아지면서 남성 가장이 4인 이상 가족을 부양하는 것을 전제로 조성된 신도시의 장점도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