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11개 기업의 일괄 상장폐지가 결정되면서 피해를 보게 될 소액주주들이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재감사 기간이 충분치 않았다며, 한국거래소가 일방적으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정문 앞에서는 관련 기업의 소액주주 130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날 오전 8시40분께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가 10개 기업에 대해 상장폐지에 따른 정리매매를 결정했다고 밝히자 집회를 파했다. 파티게임즈는 지난 21일 상장폐지를 위한 정리매매가 결정됐다.
당초 정리매매 결정의 유보를 기대하며 오후 3시까지 집회를 이어갈 방침이었지만, 정리매매가 확정되자 자리를 정리한 것이다.
28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정리매매에 들어가는 11개사의 시가총액은 약 1조2000억원 규모다. 통상적으로 정리매매 기간에 주가가 폭락하는 것을 고려하면 1조원 가량이 사라질 것이란 추산도 나온다.
파티게임즈 에프티이앤이 넥스지 C&S자산관리 감마누 지디 우성아이비 트레이스 레이젠 위너지스 모다 등 11개 기업은 7거래일간의 정리매매 이후 내달 11일 상장폐지된다.
추석 연휴인 전날에도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기업들의 임직원 및 주주들 500여명이 집회를 열었다. '상장폐지 반대 주주모임'은 올해부터 도입된 디지털포렌식(저장 매체와 인터넷상 디지털 정보를 분석하는 조사기법) 감사로 인한 시간 부족 등을 감안하면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주주모임 관계자는 "거래소는 지난 21일까지 재감사 자료를 제출하라고 해놓고선 이틀 전인 19일에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조건부 상장폐지를 발표했다"며 "감사기간 연장을 요청한 회계법인도 있었지만 이를 거래소가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넥스지의 한 소액주주는 "디지털포렌식 기법 도입으로 재감사 기간이 더 필요했다"며 "거래소가 추가로 시간을 더 줬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거래소는 이들 기업에게 개선기간을 충분히 줬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이 나온 이후 5개월여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들 기업에 7월31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했고, 이에 따라 8월31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상폐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며 "그러나 추가로 15일을 연기해 지난 19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기업들이 11개나 나오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심한 듯하다"며 "안타깝지만 감사의견 '거절'은 형식상장폐지 요건이라,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번복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소액주주들은 마지막으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법원은 28일 일부 기업들의 상장폐지 가처분 신청을 심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넥스지 감마누 모다 에프티이앤이 위너지스 등 5개사는 법원에 '상장폐지 결정 등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이날 파티게임즈도 거래소를 상대로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주주모임 관계자는 "거래소가 이미 정리매매 일정을 발표한 만큼 법원이 이를 뒤집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일단 내일 오후까지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상폐 이후에도 관련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액주주 모임 관계자는 "각 기업의 소액주주 모임별로 회계법인이나 회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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