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름만 반려?… 주인 마음대로 개·고양이 안락사 '심각'

입력 2018-09-26 07:00
수정 2018-09-26 12:16

#. 유명 반려인인 모 대기업 회장은 최근 가족처럼 여기던 반려견을 안락사시켰다. 12세가 지나서부터 노화가 급작스럽게 진행됐고 신장병 등을 앓으면서 고통이 심해지자 안락사를 시키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반려견을 위한 결정이었지만 주인인 회장은 여전히 죄책감 속에 살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1000만명.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반려동물 문화가 확산된 시기를 2000년대 초반(정부 추정)으로 본다면 올해는 15~17년의 생애주기를 갖고 있는 반려견, 반려묘들이 본격적으로 노령화 단계로 진입하는 시기다. 그만큼 죽음을 앞둔 반려동물이 많다는 얘기다.

앞서 대기업 회장처럼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노년을 맞고 있는 반려동물의 비싼 치료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안락사를 시키는 반려인들도 적지 않다.

17살짜리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는 이재우(38·송파구) 씨는 "과거 뒷다리 연골수술 등을 진행할 때 치료비만 600만원이 들었고 최근에는 피부와 신장 등에 이상이 있어 150만원을 주고 치료했다"며 "반려동물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데다 민간보험도상품도 거의 없어 병원비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국내 법상 반려동물은 주인의 소유물로 해석되기 때문에 생사여탈권이 모두 반려인에게 달려 있다. 반려동물이 건강하다고 해도 주인이 안락사를 결정한다면 이를 제재할 법적 장치도 없다.

서울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한 수의사는 "생명을 연장시키는 치료에 비용이 많이 들고 의미도 없을 때 주인에게 안락사를 권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통은 고통스럽게 살아 있는 것보다 편안한 죽음을 맞게 해주기 위해 주인들이 안락사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물 안락사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동물이 건강한데도 편의 때문에 안락사를 시키는 경우가 있어서다.

김혜영 동물보호운동가(변호사)는 "건강한 반려동물을 안락사시킨다고 해도 이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며 "애초에 입양을 할 때 본인이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인지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않은 채 반려동물이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다고 해서 편의상 안락사를 선택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기동물 안락사도 문제로 떠오른다. 국내 유기동물 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5년 8만2100마리였던 유기동물 수는 지난해 10만2600마리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동물보호센터에 온 유기동물 중 44%만이 새 주인을 만나거나 원래 주인에게로 돌아갔고 나머지는 자연사하거나 안락사 당했다.

동물보호법상 유기동물은 공고 후 열흘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로 소유권이 넘어간다. 보통 '유기동물을 빨리 찾아가지 않으면 열흘 뒤에 안락사 당한다'라고 알고 있는 것이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자체들이 열흘이 지나면 곧바로 안락사 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주인을 찾지 못하면 대부분은 안락사 외에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동물보호센터 내에서의 보호기간을 늘리는 것인데 이는 예산이 필요하다. 지난해 동물보호센터 운영예산은 156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지난해 서울에서만 약 9000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졌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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