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MLCC 호황타고 실적 랠리…5대 증권사 '찜'

입력 2018-09-25 07:00
주식 투자자들의 관심이 길게는 5일간 이어지는 연휴 이후의 전략을 세우는 데에 집중돼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신흥국발(發) 금융위기 등의 대외여건의 불확실성 속에서 부침이 덜한 종목을 선정하는 데 여념이 없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에는 업황 호황에 실적 개선세가 기대되는 삼성전기가 유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5일 국내 주요 증권사 5곳(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NH투자증권)의 리서치센터에 추석 이후 투자 유망 종목을 문의한 결과 가장 투자할 만한 기업은 삼성전기로 나타났다. 5곳 중 4곳이 추천했다.

삼성전기의 주가는 올해 내내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 초 대비 약 43% 뛰었다.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로 코스피가 2300선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삼성전기의 주가는 오르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서 삼성전기에 주목한 것은 주력 제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업황 호조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된다. KB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MLCC 시장은 지난해 9조원 수준에서 2022년 16조원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MLCC는 부품 사이에 발생하는 전자파 간섭 현상을 막아주는 핵심 부품으로 스마트폰과 PC, 자동차 전자장비에 들어간다. 반도체와 함께 '산업의 쌀'로 불린다. 최근 자동차의 전장(電裝)화와 정보기술(IT) 기기의 고기능화, 5세대(5G) 이동통신 도입 등 4차 산업혁명 수혜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아서다.

MLCC 수요 부족에 따른 가격 강세에 힘입어 3분기 삼성전기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은 삼성전기의 3분기 영업이익은 31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6.3%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자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2856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센터장은 "앞으로 MLCC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주요 스마트폰의 카메라 모듈 스펙이 트리플(렌즈 3개 장착) 카메라로 상향되면서 MLCC 단가가 큰 폭으로 인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장용 MLCC로 체질개선에 나섰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최근 삼성전기는 5000억원을 투자해 중국 톈진에 전장용 MLCC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전장용 MLCC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 1대에는 1만~1만5000개의 MLCC가 들어간다. 단가도 스마트폰용보다 약 4배 비싸다. 하지만 전장용 제품은 생산하는 데 높은 기술력이 필요해 수요량 대비 60% 가량의 물량만 시장에 공급되는 상황이다.

삼성전기는 내년 말 전장용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장비 반입 시기 등을 고려하면 2020년 중반께 제품을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는 2020년까지 전장용 제품 생산 비중을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전장용 MLCC 신공장이 1조원 규모의 이익을 신규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보유 중인 삼성물산 주식을 매각하면서 MLCC 신공장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도 마련됐다. 최근 삼성전기와 삼성화재는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2.61%와 1.37% 등 3.98%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매각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기가 매각 대금으로 MLCC 모멘텀 확보에 나설 것으로 봤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 이사는 "삼성전기의 처분금액은 6425억원에 달하며 회사 측은 이 자금은 전장용 MLCC 새 공장에 투자해 모멘텀을 확보하고 재무구조 개선에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KB증권에서는 2020년 삼성전기의 영업이익을 1조5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신공장을 가동할 경우 총 2조5000억원 규모의 이익을 낼 것으로 봤다.

김 이사는 "현재 삼성전기는 부산에서 전장용 MLCC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지만 수요 대비 공급이 크게 부족해 없어서 못파는 실정"이라며 "2020년 중국에 신규 생산능력을 확대해도 전장용 MLCC는 5년 내 공급 부족 해소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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