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1개월 만에 정상에 오른 우즈
허리 수술만 네 차례 받으며 은퇴 수순 밟는 듯 했으나
화려하게 부활하며 이름값..샘 스니드 이어 80승 고지 점령
지난해 5월 전세계 골프 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약물에 취한 채 차 안에서 발견됐고 머그샷(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 속 초점 없는 퀭한 두 눈은 현재 그가 놓인 위치를 대변하는 듯했다. 그랬던 우즈의 재기를 장담했던 이는 사실상 없었다. 683주간 세계 최고 자리를 지키던 그의 세계랭킹은 지난해 11월 1199위까지 하락하며 바닥 없는 추락을 이어갔다.
우즈의 실력에 대해 의문을 갖기보단 그가 너무 자주 아팠다. 2008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대회가 끝난 뒤 왼 무릎 관절경 수술을 받은 그는 그해 6월 왼무릎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중상을 당해 8개월간 투어를 쉬었다. 2011년 5월 열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왼무릎 부상이 재발했고 이후 결장이 잦아졌다. 2012년 바클레이스 대회에선 허리 통증까지 겹쳤고 온 몸에 성한 곳이 없었다. 2014년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허리통증으로 기권한 뒤 허리 수술을 받았고 이후에도 세 차례나 더 수술대에 누웠다.
보통의 선수라면 일찌감치 포기했었을 순간에 우즈는 다시 일어섰다. 지난해 말 열린 이벤트대회 히어로월드챌린지에서 복귀전을 가지면서 10개월 만에 4라운드 완주를 하더니 이후 마스터스와 US오픈, 디오픈, PGA챔피언십까지 출전하며 완벽히 부활했다.
디오픈 챔피언십 공동 6위, PGA챔피언십 준우승, 플레이오프 BMW 챔피언십 공동 6위로 꾸준히 우승 문턱을 두드린 그는 복귀한 지 9개월 만에 기다리던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그는 24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 골프클럽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통산 80승째를 신고했다. 2013년 8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이후 5년 1개월 만이다.
우즈는 이번 우승으로 샘 스니드(미국)에 이어 PGA투어 통산 두 번째로 80승 고지를 밟은 선수가 됐다. 또 그는 스니드의 최다승까지 2승만을 남겨 놓게 됐다. 비록 보너스 상금 1000만 달러는 이 대회를 공동 4위로 마친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에게 돌아갔으나 우즈는 그 이상의 소득을 얻고 올 시즌을 마무리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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