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여성들이 "그는 안돼"라고 외치는 이유

입력 2018-09-22 14:03
수정 2018-09-22 14:04


(유승호 국제부 기자) #EleNão.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서 이런 해시태그를 보신 적 있습니까. 요즘 브라질 여성들이 많이 쓰는 해시태그라고 합니다. 포르투갈어인데 ‘그는 안돼’라는 뜻입니다.

영어로 바꿔 ‘#NotHim’이라고 쓰기도 하는데요. 극우 성향 사회자유당(PSL) 후보로 브라질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자이르 보우소나루에 반대하는 의미로 사용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브라질 여성들은 왜 보우소나루 후보에 대해 “NO”라고 외치는 것일까요. 군인 출신인 보우소나루 후보는 33세이던 1988년 리우데자네이루 시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정치를 시작했는데요.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과 성차별적 태도로 악명이 높습니다.

그는 2014년 노동당 소속 여성 의원 마리아 두 로사리우에게 “나는 절대 당신을 강간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그럴 만한 가치가 없으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으로 고소를 당해 법원에서 벌금 1만헤알(약 273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2016년 한 TV 인터뷰에선 “여자에겐 남자와 같은 월급을 주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보우소나루에겐 4남1녀가 있는데요. 그는 작년 4월 한 행사에서 “다섯번째 아이를 낳을 땐 내가 약해져서 딸을 낳았다”고 했습니다. 브라질 배우 데보라 세코는 트위터에서 “#EleNão는 정치에 관한 것이 아니라 도덕에 관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파를 따지기에 앞서 도덕적 기준에서 봤을 때 보우소나루 후보는 자격 미달이라는 얘기죠.

많은 여성들의 바람과 달리 보우소나루 후보는 당선권에 가까이 가 있습니다. 현지 여론조사 업체가 지난 18~19일 86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보우소나루 후보는 지지율 28%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2위 후보에 10%포인트 넘게 앞섰습니다.

범죄에 대한 단호한 태도가 보우소나루 후보가 높은 지지를 받는 주된 배경입니다. 지난해 브라질에선 6만3880건의 살인이 발생해 세계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경찰의 총기 사용 제한을 완화하고 18세인 교도소 수감 최저 연령을 낮추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또 감세 등 자유 시장경제 정책으로 우파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지난 6일 유세 도중 칼에 찔려 수술을 받고 병원에서 회복 중인데요. 지지자들이 병원 근처에 모여 그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대선 1차 투표는 10월7일입니다. 여기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0월28일 결선투표를 합니다. ‘그는 안돼’라고 외치는 브라질 여성들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요. (끝) /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