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과 맛있는 만남] 유미 호건 "메릴랜드주 경제 살려 인기 모은 남편, 재선 되면 대선行?… 아직 모를 일이죠"

입력 2018-09-21 16:21
수정 2018-09-22 09:36
유미 호건 美메릴랜드주지사 부인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인기
주지사 되기 전 사업하던 남편
"소상공인 살아야 경제도 산다"
꼴찌였던 메릴랜드 경제성장률
규제 철폐로 10위권 끌어올려

그가 바라본 미국 정치
오바마와 조지 W 부시처럼
싸울 때는 아무리 싸워도
나중엔 친구 되는 게 미국정치
美미디어 주로 민주당 지지성향
언론만 봐선 선거 판도 몰라

남편은 진짜 '한국 사위'
나 만나기 전엔 싱겁게 먹더니
이젠 김치볶음·젓갈까지 먹어
막내 딸, 한인 2세와 결혼
한국 사위가 한국 사위 봤죠


[ 주용석 기자 ]
미국 중간선거(11월6일)를 두 달가량 앞둔 지난 4일 점심에 유미 호건 메릴랜드주지사 부인을 만났다. 식당은 메릴랜드주 에지워터에 있는 ‘노바스시’란 평범한 음식점이었다.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자 호건 여사가 직접 정한 장소였다. 낮 12시쯤 공보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 2명, 경호원 1명과 함께 호건 여사가 식당에 들어왔다. “남편이 주지사에 당선돼 아나폴리스 관사로 들어가기 전 자주 오던 곳이에요. 우리가 이 근처 살았거든요.”

그는 초밥과 생선회, 캘리포니아롤 등 점심 메뉴를 몇 가지 섞어 주문했다. 선거철 근황을 물었다. “(남편인 래리 호건) 주지사가 시간을 내지 못하는 일을 제가 주로 맡아 하죠. (제가 미술을 하니까) 어린이들 미술 커뮤니티 같은 곳에도 가고, 남편이 암에 걸린 적이 있기 때문에 암환자들도 돌보고, 부모한테 맞는 아이들, 엄마 아빠 없는 아이들 찾아보고…. 메릴랜드주 퍼스트레이디로서 역할이 많습니다.”

미국 워싱턴DC와 접해 있는 메릴랜드주는 민주당 텃밭이다. 지난 50년간 공화당 주지사가 딱 두 명 나왔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유미 호건 여사의 남편인 래리 호건이다. 호건 주지사의 인기 비결이 뭔지 궁금했다. “말한 것을 꾸준히 하니까 믿음을 주는 것 같아요. (2014년 말 주지사 선거 때) ‘메릴랜드를 바꾸겠다’고 했는데 그대로 바꾸고 있거든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그런지 물었다. “남편이 주지사가 되기 전에 작은 사업을 하던 사람이니까(상업용 빌딩과 땅 매매를 중개하는 일을 했다), 스몰 비즈니스(소상공업)가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걸 알아요. 지난 선거 때 슬로건이 ‘비즈니스에 개방적으로, 메릴랜드를 바꿔라(Open for business, change Maryland)’였어요. 당시엔 세금이 너무 많고 힘드니까 여기 사람들이 인근 버지니아주 등 다른 곳으로 많이 갔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주지사 당선 후 쓸데없는 규제 등을 다 없애고, 경제 살리기를 하니까 사람들이 좋아하죠.”

이번에 재선에 도전하면서 내건 슬로건도 4년 전과 똑같다고 한다. 그는 “4년마다 바꾸면 안 되죠. 4년은 짧아요. 그 안에 (하려고 했던 걸) 다 하지 못해요”라고 했다.

남편인 호건 주지사의 행정 성과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당선 전 메릴랜드주의 경제성장률이 미국 50개 주에서 49번째였는데 지금은 10위권에 든다고 해요. 선거 때 계획만 내놓고 지키지 않으면 사람들이 싫어할 텐데 약속대로 하니까 사람들도 호응하는 것 같습니다.”

호건 주지사는 여론조사에서 경쟁 후보에게 15~20%가량의 우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호건 여사는 안심해선 안 된다고 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죠. 지난 주지사 선거 땐 우리가 한때 15%포인트까지 뒤지기도 했고, 선거 막판까지도 CNN에서 우리가 질 거라고 보도했어요. 정말이지 결과는 모르는 겁니다.”

재선에 성공하면 호건 주지사는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호건 여사는 “거기까진 모르겠어요”라고 말을 아꼈다. 미국은 주마다 주지사 연임 규정이 다른데 메릴랜드주는 재선까지만 허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몇 차례 물었다. “연방정부에 대해선 코멘트를 잘 안 해요. 항상 국민에게 귀를 기울이고 잘하셨으면 좋겠어요”라는 원론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미국은 미디어가 주로 민주당(성향)이어서 미디어만 봐선 잘 몰라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싸울 때는 아무리 싸워도 나중에 서로 친구가 되는 게 미국 정치인 것 같습니다. (조지 W) 부시하고 (그 후임인 버락) 오바마하고 서로 얼마나 안 좋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친구가 됐잖아요. 그런 점은 우리하곤 다른 것 같습니다”고 했다.

호건 여사는 한국과의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작년 9월 메릴랜드주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기도 했다. “한국 기업이 여기로 많이 오면 좋겠어요. 우리 주지사가 뭐든지 비즈니스 프렌들리하게(기업 친화적으로) 바꿨거든요.”

북한 핵 문제에선 걱정을 했다. “6·25전쟁 참전 용사들을 만나보면 그분들이 눈물 흘리면서 ‘다시는 전쟁이 나면 안 된다’고 제 손을 꼭 붙잡고 얘기하세요. 대한민국의 딸로서 북한 문제가 평화적으로 잘 풀리면 좋겠습니다.”

호건 주지사는 지난달 10일 주지사 관저에서 6·25전쟁 참전 용사 60여 명을 초청해 기념식을 열었다. 미국 주정부로선 처음으로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식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호건 지사는 “참전 용사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제 아내도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주의회 입법을 거쳐 영구적인 기념일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호건 지사는 2015년 1월 취임 후 ‘미주 한인의 날’ ‘태권도의 날’을 지정하는 등 한국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

“남편이 아일랜드계인데 농담으로 그래요. 자기는 아일랜드 사람 한 명도 관저에 안 데려왔다고. 그런데 우리는 1년에 (한국 관련) 행사를 수없이 하니까, 솔직히 다른 (인종이나 국가) 커뮤니티에 눈치가 많이 보이죠.”

샐러드에 이어 메인 메뉴가 나왔다. 그릇에 고추냉이(와사비)가 듬뿍 담겨 나왔다. “제가 좀 맵게 먹어요. 와사비를 추가로 더 달라고 했어요.” 호건 지사가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너무 좋아하죠. 특히 매운 돼지 불고기, 소고기 불고기, 갈비찜, 김치볶음, 두부볶음 등을 좋아해요. 원래 저 만나기 전엔 한국 음식도 전혀 안 먹었고 단것, 싱거운 것만 좋아하던 사람인데 요즘엔 저보다 더 맵게 먹어요. 싱거운 건 맛없다고 하면서요.” 그는 “데이트할 때 한국 식당에 자주 데려가서 다 먹어보라고 했어요. 젓갈까지 먹더라고요. 입맛이 완전히 변했어요”라며 웃었다.

그는 남편을 미술 갤러리에서 처음 만났다고 했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던 호건 지사가 다른 일로 잠시 들렀을 때였다. 당시 호건 여사는 딸 셋을 키우는 ‘싱글맘’이었고 호건 지사는 나이는 세 살 위였지만 미혼이었다. (식사 자리에 배석한 공보관이 ‘호건 지사가 첫눈에 반했다’고 귀띔했다.) 처음 만난 뒤 1년간은 데이트 신청에 응하지 않다가 나중에 아이들 승낙을 받고 사귀기 시작했다고 한다. 호건 여사는 “남편이 이기적이지 않고 남들을 배려하는 성격”이라며 고마워했다.

호건 지사는 국내 언론엔 ‘한국 사위’로 소개된다. 자신도 한인들 앞에선 자신을 그렇게 소개한다고 한다. 호건 여사는 “2년 전 막내딸이 한인 2세와 결혼해서 ‘한국 사위를 봤다’고 하니까 남편이 ‘내가 한국 사위인데 누가 또 한국 사위냐’고 해 한바탕 웃었어요”라고 말했다.

호건 여사는 전남 나주가 고향이다. 8남매 중 막내였다. 미술에 관심이 있던 그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1979년 첫 남편을 따라 하와이에 도착했다. 첫 번째 결혼은 순탄치 않았고 생계를 꾸리느라 힘들었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퍼스트레이디 활동을 하면서 메릴랜드 미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는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스스로 적극적이라고 생각하고요. 학생들에게도 ‘절대 뭐든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말합니다.”

자녀 교육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부모가 너무 ‘공부, 공부’하며 애들을 힘들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게 더 중요해요. 사랑을 받는 사람이 사랑을 주는 거라고 믿습니다.”


■유미 호건 여사 "한인 투표율 2% 불과… 지역사회 참여 아쉬워"

유미 호건 여사는 “한인들이 너무 내 가족, 내 아이만 챙기지 말고 이제는 지역 사회에 참여하고 봉사를 많이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민 역사가 짧은 나라 사람들도 지역사회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데 한인들은 ‘너무 테두리 안에 담을 쌓고 사는 것 같다’고 그는 아쉬워했다. “참여와 봉사를 늘리는 게 자녀들이 미국에 뿌리내리고 살 길”이라고도 했다.

호건 여사는 “메릴랜드주에서 유권자 등록을 하고 투표하는 한인이 (전체 한인 인구의) 2% 정도밖에 안 된다”며 “아시아계 유권자 투표비율은 평균 6%”라고 했다. 한인이 다른 나라 이민자에 비해 투표율도 저조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꼭 투표해야 우리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1959년 전남 나주 출생
△1979년 미국 이민
△1994년 미국 시민권 취득
△2004년 래리 호건과 결혼
△2008년 메릴랜드미술대(MICA) 졸업
△2010년 아메리카대 석사


■유미 호건 여사의 단골집 노바스시
남편과 즐겨 찾아… 초밥+생선회+롤 점심 세트 12달러면 OK

노바스시는 중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동네 음식점이다. 유미 호건 여사는 남편인 래리 호건 메릴랜드주지사가 선거에 당선되기 전 가족들과 자주 찾았던 곳이라고 했다. 고급 음식점은 아니지만 음식 맛이 깔끔한 편이다. 점심엔 초밥과 생선회, 캘리포니아롤과 수프, 샐러드가 곁들여진 세트 메뉴를 12~15달러 정도에 먹을 수 있다. 일본식 도시락(10~12달러)도 판다. 한국 주재원이 많은 워싱턴DC의 주미대사관 근처에서 가면 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메릴랜드주지사 관저가 있는 아나폴리스에선 20분 거리다. 도심 외곽의 쇼핑몰에 있어 주차 공간은 충분하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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