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기업, 인터넷은행 대주주 길 열렸다

입력 2018-09-20 20:19
'규제개혁 및 민생법안' 국회 본회의 일괄 통과

카카오·네이버·넥슨·KT 등
인터넷銀 지분 34% 보유 허용

폐지됐던 기업구조조정촉진법
5년 한시법으로 석달 만에 부활

상가 임대차 보호 5→10년으로
장기임대사업자 소득세 5% 감면


[ 하헌형/박종필/배정철 기자 ] 카카오, 네이버, 넥슨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부실기업 회생 수단인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도 폐지된 지 석 달 만에 부활한다. 상가 임차인이 임차 계약을 보장받는 기간은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다.


◆규제개혁·민생 법안, 한꺼번에 통과

여야는 20일 정기국회 본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규제개혁 및 민생 법안’을 패키지(일괄 묶음) 방식으로 통과시켰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전 김성태 자유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회동한 뒤 “많은 진통이 있었지만 여야가 오랫동안 머리를 맞댄 끝에 민생 법안을 처리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 되살아난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은 채권단 주도의 워크아웃을 통해 부실기업의 회생을 지원하도록 한 법이다. 2001년 일몰 시한이 있는 한시법으로 도입된 뒤 네 차례 실효와 재도입을 반복했다. 지난 6월 말 네 번째로 일몰 폐지됐다. 경제계는 그동안 “워크아웃 없인 신속하고 효율적인 구조조정이 어렵다”며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의 재입법을 촉구해왔다. 이 법안은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등 여야 일각에서 “(워크아웃이 재도입되면) 구조조정 과정에 정부가 개입해 관치금융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 법안 처리가 늦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제계 요구에 따라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을 유효기간 5년의 한시법으로 재도입하되, 향후 상설법으로 전환시킬지도 논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가 임대차 보호 기간은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다. 임차인으로선 한 장소에서 마음 놓고 장사할 수 있는 기간이 그만큼 길어지는 것이다. “건물주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며 기간 연장에 반대해온 한국당은 5년 이상 장기 임대 사업자에 한해 소득·법인세를 5% 감면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조건으로 법안 처리에 막판 합의했다.

◆서비스산업법은 다음달 논의키로

여야는 이날 민주당과 정부의 역점 ‘규제 샌드박스 5법’에 속하는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과 산업융합 촉진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신산업·기술에 대한 규제를 ‘포지티브(원칙적 금지, 예외 허용)’ 방식에서 ‘네거티브(원칙적 허용, 예외 규제)’로 바꾸는 것으로, 신규 기술·서비스 허가를 위한 법령이 없는 경우에도 심의를 거쳐 사업자에게 임시 허가를 내주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한국당이 입법을 주장한 비수도권 지역에 규제 특례를 적용하는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 개정안(규제프리존법)도 이날 국회를 통과했다.

은산 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은 비(非)금융회사의 인터넷 은행 지분을 현행 최대 4%에서 34%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은 ‘ICT 기업에 대해서만 은행 소유 허용’이란 민주당안(案)과 ‘대기업도 예외 없는 허용’이란 한국당안이 막판까지 첨예하게 맞붙었다. 하지만 여야 논의 끝에 ‘법에서 대기업 배제란 조문은 빼고 금융위원회 인가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ICT 기업에만 허용’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관광, 유통, 의료 등 서비스산업 발전을 막는 규제를 없애는 내용의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에 대한 논의는 다음달로 미뤄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은 “여당이 ‘보건·의료 분야는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도 가결했다.

하헌형/박종필/배정철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