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컵밥 파는 남자
송정훈, 컵밥 크루 지음
다산북스 / 280쪽│1만5000원
[ 윤정현 기자 ]
컵밥은 서울 노량진 학원가를 중심으로 수험생들에게 싸고 빨리 먹을 수 있지만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는 든든한 한 끼 식사다. 노량진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컵밥(CUPBOB)은 유명한 브랜드다. 적지 않은 나이에 영어도 잘 못하는 다섯 아이의 아빠는 낡은 푸드트럭 한 대로 도전에 나섰다. 유타주 푸드트럭에서 시작한 컵밥사업은 5년 만에 미국 전역에 21개 매장, 300억원대 매출 규모로 성장했다.
송정훈 유타컵밥 대표와 두 명의 동업자는 신간 《미국에서 컵밥 파는 남자》를 통해 너무도 한국적인 컵밥으로 어떻게 미국 시장을 공략했는지를 풀어낸다. 저자는 유학 간 미국에서 가정을 꾸리고 치기공사로 일했지만 보람을 모른 채 살았다. 대형 음식박람회에 갔다가 ‘왜 한국 음식은 없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푸드트럭 본고장인 미국에서 겁 없이 시작했다.
이른 시간 안에 사업은 성공 궤도에 올라섰지만 무모한 도전으로 숱한 실패를 감당해야 했다. 처음엔 냄새만 맡고 음식을 버리는 소비자도 있었다. 푸드트럭 관련 규정을 몰라 신고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스로 미국 사람들의 취향을 공략하고 한국식 덤 문화를 접목해 나가면서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매운맛을 단계적으로 고를 수 있게 했고 한국의 흥과 정 문화를 서비스로 승화시켰다. ‘Eat cupbop, poop gold(컵밥 먹고 금똥 싸라)’ ‘If you don’t like it, come back and slap my face(음식이 마음에 안 들면 돌아와서 내 뺨을 쳐라)’처럼 한국식 유머를 섞은 과감한 문구로도 눈길을 끌었다. 저자는 5년간 성공한 것보다 실패한 것이 더 많다지만 그 과정에서 잃은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실패를 통해 찾은 답들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더 정확히 알았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누구와 하느냐가 중요하다’ ‘가진 게 적을수록 무리한 위험은 피하라’ ‘문구 하나가 수천만원을 아낀다’ 등의 목록 자체도 해외에서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뿐 아니라 기업인들의 영감을 자극하는 훌륭한 문구로 보인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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