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정상에 오른 남북정상, 돋보이는 리설주 겸손·재치 화법 '눈길'

입력 2018-09-20 15:58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 여사가 20일 백두산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내외로 인해 백두산 천지에 '또 다른 전설'이 생겼다고 표현해 눈길을 끈다.

리설주 여사는 김 위원장이 천지를 바라보다가 옆에 있는 보장성원에게 "천지 수심 깊이가 얼마나 되나?"라고 묻자 바로 "325m"라고 대답했다.

이어 리 여사는 "백두산에 전설이 많다. 용이 살다가 올라갔다는 말도 있고, 하늘의 선녀가, 아흔아홉 명의 선녀가 물이 너무 맑아서 목욕하고 올라갔다는 전설도 있는데, 오늘은 또 두 분께서 오셔서 또 다른 전설이 생겼다"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리 여사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 내외에게 "백두산에는 사계절이 다 있다"고 자랑하자 "7~8월이 제일 좋다. 만병초가 만발한다"라고 거들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그 만병초가 우리집 마당에도 있다"고 화답했고 이어 김 위원장이 "꽃보다는 해돋이가 장관이다"라고 대화를 이어갔다.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할 때 한라산을 방문하는 것이 어떠냐는 얘기가 나오자 리 여사는 "우리나라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다"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김정숙 여사는 "한라산 물을 갖고 왔어요.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때 리 여사는 물병에 담아온 한라산 물을 천지에 붓고 백두산 물을 담는 김 여사의 코트 끝자락이 물에 젖지 않도록 살짝 잡아주는 세심한 행동도 보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았다.

리 여사는 문 대통령 내외의 평양 방문 동안 따뜻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0일 "리 여사가 이번 회담에서 조심스럽고 검소한 이미지를 어필했다. 명품을 좋아한다는 이미지를 벗고 북한 최고 지도자의 아내에게 요구되는 '인민의 어머니' 이미지를 연출하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리 여사가 문 대통령 내외와 걸어갈 때 대통령 내외에게 길을 양보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으며 지난 18일 공항에서 김 여사에게 꽃다발을 건넨 북한 소년이 긴장한 모습을 보이자 부드럽게 어깨를 다독이는 등 배려심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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