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4대그룹 방북계기...北, '투자 러브콜'본격화 할까

입력 2018-09-19 12:51
수정 2018-09-19 12:51


(김우섭 정치부 기자)18~20일 열리는 평양정상회담에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 외에 경제인들의 방북도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4대 그룹 총수 및 주요 기업 대표들이 총 출동했죠. 지난 18일엔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이용남 북한 경제담당 내각부총리와 남북한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북한은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외국 기업인이나 투자자를 초대해 투자 설명회를 자주 열고 있습니다. 남북·미북 관계가 개선되고, 경제 제재가 풀려 외자 유치가 가능해질 경우 조금이라도 빨리 투자를 받기 위해서로 보입니다. 한국 기업들도 관심을 갖고 있지만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싱가포르 기업들도 북한을 자주 드나들고 있습니다.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만난 기업 컨설팅 업체인 피플월드와이드의 마이클 헝 대표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는 지난 18일부터 오는 22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 중입니다. 싱가포르 투자자 20명을 데리고 갔죠. 이 만남은 외자 유치를 담당하는 북한 대외경제성이 주도했습니다. 헝 대표는 싱가포르내 북한 대사관 관계자들과의 인맥으로 이번 투자 설명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합니다. 헝 대표는 “북한 대외경제성에서 관광 단지인 원산지구 등에 대한 투자 설명회를 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북한의 외자 유치 시스템 등에 대한 의구심을 풀어주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대외경제성은 당초 이 투자 설명회를 원산지구에서 직접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설명회는 평양에서 열기로 했습니다. 교통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싱가포르 기업인들이 거절을 했다고 합니다. 헝 대표는 “원산지구를 싱가포르의 센토사섬과 같이 관광 단지로 개발할 마스터 플랜을 갖고 있다”며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에게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호텔과 컨벤션센터, 버스·기차 등 교통 시설 투자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이번 행사에선 경제제재로 직접 투자 계약이 이뤄지기보다는 외자 유치를 위한 자국내 법률 등을 소개하면서 투자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데 공을 드릴 것이라고 전해졌습니다.

싱가포르 내에서 관심도 높다고 합니다. 헝 대표는 “1000만달러 이상의 자금력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싱가포르 내엔 적지 않다”며 “공산권 국가 특성상 한번 인맥을 쌓아 두면 개방 이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방문하는 투자가도 적지 않다”고 했습니다.

실제 투자와 본격적인 교류에는 시간이 좀더 걸릴 수 있을 겁니다. 김병언 서울대 교수는 “북한이 국제기관에 가입하려면 제도적 준비 등 최소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죠. 하지만 본격적인 투자가 시작되면 한국이 모든 과실을 다 가져갈 수 있을 것이란 방심은 금물인 것 같습니다. (끝) /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