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석의 워싱턴인사이드] 애플, '트럼프 관세' 비껴갔지만… 위기는 여전히 진행중

입력 2018-09-19 10:15
수정 2018-09-19 10:41

애플워치와 에어팟 등 애플 제품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애플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애플 제품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시키면서 ‘애플의 힘’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되고 있어 아직 애플의 위기가 끝난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2000억달러 상당의 대중(對中) 관세 부과를 위해 지난 7월 발표한 예비리스트엔 애플워치(스마트워치)와 에어팟(블루투스 이어폰) 등 애플 제품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 17일(현지시간) 공개한 최종 관세 부과 리스트에선 이들 제품이 제외됐다. 애플 주력제품인 아이폰은 아예 7월부터 리스트에서도 빠져 있었다. 예비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았다면 애플워치와 에어팟 등은 최종 리스트에 포함된 다른 제품(5747개 품목)과 마찬가지로, 당장 오는 24일부터 10%, 내년 1월부터 25% 관세가 부과될 상황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애플 제품이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다. 시장에선 애플이 미국 시장에서 가진 영향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미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다. 광범위한 소비자층도 거느리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 등 쇼핑시즌과 11월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소비자 체감 효과가 큰 애플 제품에 관세를 물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애플이 공청회 기간인 지난 5일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보낸 서한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애플은 서한에서 2000억달러 대중 관세가 부과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①대중 관세를 부과하면 결국 제품 가격이 올라 미국 소비자에게 피해가 가고, 미국의 성장률과 경쟁력이 하락한다 ②애플 부품과 소재 중 상당수는 미국에서 만들어진다. 최종 완제품 수출입만으로 무역적자를 문제삼는건 현실과 맞지 않는다 ③이들 부품과 소재 생산에 미국 50개주 200만명의 일자리가 걸려 있다 ④애플이 향후 5년간 미국 경제에 기여할 금액이 3500억달러가 넘는다 등이 애플의 논리였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18일 ABC 방송에 출연해 ‘왜 애플 제품이 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졌느냐’는 질문에 “아이폰은 중국에서 조립되지만 부품은 전 세계에서 온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이 USTR에 보낸 서한이 언론에 공개된 직후 “(관세가 걱정된다면)중국 대신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어라. 지금 새로운 공장 건설을 시작하라”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애플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끝까지 밀어부치진 못했다.

한숨 돌리긴 했지만 애플의 위기가 끝난건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보복하면 추가로 2670억달러 중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중국은 이미 보복을 결정했다. 600억달러 미국 제품에 24일부터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2670억달러 관세도 조만간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게되면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고율 관세가 붙게 된다. 애플도 피해갈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미국에 대한 보복차원에서 애플 핵심 장비와 부품 판매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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