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되는 美·中 무역전쟁
24일부터 동시에 관세 강행
美, 7·8월 500억弗 이어 세번째
내년 1월부터는 25%로 상향
평양 남북정상회담 직전 발표
中 대북제재 압박 포석 관측도
中, 미국기업 인허가 지연 등
비관세 장벽 높일 가능성
[ 주용석/강동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오는 24일부터 2000억달러(약 224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 부과를 강행하기로 했다. 이미 25% 고율 관세를 적용받는 500억달러어치 상품을 포함하면 미국이 수입하는 중국산 제품의 절반이 ‘관세 폭탄’을 맞게 됐다.
이에 맞서 중국 정부는 미국 상품 600억달러어치에 역시 24일부터 5~1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신흥국 통화위기 우려가 큰 가운데 미·중 통상전쟁이 격화하면서 세계 경제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중국에 또 ‘관세 폭탄’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했다. 대상 품목은 5745종이다. 미국 정부는 내년 1월부터는 10%인 관세율을 25%로 올리기로 했다. 미국은 이미 지난 7월에 340억달러, 지난달엔 16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각각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합쳐서 500억달러어치다.
이번엔 그보다 네 배나 많은 2000억달러어치 중국 상품에 ‘관세폭탄’을 투하한다. 고율관세 부과 대상은 모두 2500억달러 규모로 늘었다. 지난해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한 금액(5050억달러)의 절반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 성명에서 “중국은 미국 기업에 기술이전을 강요하는 등 불공정 무역을 해왔다”며 “미국 경제의 장기적 번영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관세 부과는 미국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2차 관세 부과 대상은 대부분 중간재나 자본재였지만 이번엔 카메라, 가구, 자전거 등 소비재가 대거 포함돼 있다. 미국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을 져야 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25% 관세 부과를 검토하다가 일단 10%만 부과한 뒤 내년부터 25%로 올리기로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많다. 관세 부과 품목도 당초 예고된 6031개에서 5745개로 줄었다. 11월6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7월 관세 부과 리스트에 포함됐던 애플워치(스마트워치)와 에어팟(블루투스 이어폰) 등 애플 제품이 빠진 점도 눈에 띈다. 애플 아이폰은 7월 리스트에서도 제외됐지만 애플은 애플워치 등이 포함된 데 반발해 미 정부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으로 출발(한국시간 18일 오전 8시40분)하기 한 시간 전쯤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전격 발표했다. 중국을 압박해 섣불리 대북 지원에 나서지 못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장기전 치닫는 미·중 무역전쟁
미·중 무역전쟁은 당분간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강(强) 대 강’의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국무원은 중국 시간으로 24일 낮 12시1분을 기해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대상 품목은 5207개로 3571개 품목에는 10%, 1636개 품목에는 5%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류허 부총리를 미국에 보내 협상하려던 계획도 취소되는 분위기다. 당초 미국과 중국은 이달 27~28일 워싱턴DC에서 장관급 무역협상을 할 예정이었지만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측 협상 수장인 류 부총리가 베이징에서 대책회의를 소집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중국이 우리의 농부, 농장주, 산업 근로자들을 목표로 삼는다면 크고 빠른 보복이 있을 것”이라며 중국을 재차 압박했다. 그는 이미 중국산 2670억달러어치에 추가로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공언한 상태다.
중국이 600억달러어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함에 따라 중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수입품 규모는 200억달러밖에 남지 않았다.
이에 따라 양국의 관세 전쟁이 ‘비관세 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기업 인허가 지연이나 미국 제품 불매운동 등이 중국이 쓸 수 있는 카드로 거론된다. 미 기업의 의존도가 높은 부품 및 소재 공급을 차단하는 방안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거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산 자동차에 최고 25% 관세를 매길 수 있다.
워싱턴=주용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