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리설주, 문재인 대통령 파격적 영접 … 역대 남북정상회담과 비교해보니

입력 2018-09-18 11:18
수정 2018-09-18 13:35


문재인 대통령이 제3차 정상회담을 위해 18일 오전 9시 49분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리설주와 함께 직접 공항으로 나와 문 대통령을 영접했다.

문 대통령 내외가 손을 흔들며 전용기 트랩을 내려오자 김정은 위원장 부부는 박수를 치며 맞이했다.

이어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비행기 앞에서 서로 포옹을 한 뒤 악수를 나눴다.

벌써 세번째 만남답게 화기애애한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 내외는 트랩에서 내려온 뒤 남녀 화동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는데, 이 꽃을 김여정 제1부부장이 받아든 뒤 문 대통령과 밝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등이 도열한 가운데, 문 대통령은 붉은 카펫을 밟고 북한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았다.

북한군은 문 대통령을 향해 "각하 영접 위해 도열했다"며 '각하'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예우를 갖췄다.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던 평양시민들은 인공기, 한반도기, 꽃다발을 흔들며 문 대통령 일행을 환영했다.

평양 순안국제공항은 지난 2015년 7월 신청사를 준공해 2000년과 비교해 산뜻한 모습이었다.

순안국제공항은 지난 2000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1차 정상회담을 할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던 곳이기도 하다.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평창동계올림픽 계기 마련된 대화테이블에 북한과 미국을 앉히기 위해 이뤄졌다면, 오는 18~20일 평양에서 열릴 평양 남북정상회담은 대화테이블에 앉은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개최된다.

1차 남북정상회담은 남북 정상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처음 만나 악수하는 순간부터 회담 후반부까지 남북간 ‘화합’을 과시하는 역사적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특히 도보다리 위에서 이뤄진 30분 간의 독대는 남북 정상간 신뢰를 상징하는 명장면으로 평가된다.

이번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115일 만에 재회하는 자리인 만큼 두 정상의 두터운 신뢰관계를 연출한 장면들이 여러 차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3차 남북정상회담은 11년 만에 평양에서 이뤄지는 남측 정상의 방문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적인 의미가 깊다. 하지만 실질적인 비핵화 도출을 해야하는 어깨가 무거운 자리이기도 하다.

3차 남북정상회담은 두 정상의 ‘만남’ 자체에 무게를 둔 1차 정상회담과 달리 의제의 성과 등에 무게를 둘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평창올림픽 개최로 한껏 고조됐던 평화모멘텀과 달리 역사적 6ㆍ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실무협의가 교착상태에 빠진 상태라 문 대통령의 중재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경제계 인사 17명이 특별수행원으로 평양행에 동행하지만, 정상회담 결과로써 남북경협에 대한 구체적 결실은 나오기 힘들 전망이다. 미국은 평양 정상회담 전날인 17일(현지시간) 미국이 유엔의 대북제재 집행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유엔 안보리 소집을 요구했다. 미국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개보수 등 남북교류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 지원행위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명해왔다. 문 대통령도 “우리가 국제제재라는 틀에서 할 수 있는 남북관계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번 정상회담에 대동하지 않은 것도 이같은 시각을 우려했다는 전망이다.

이번 정상회담 수행원은 규모 면에서는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보다 많고, 분야도 가장 다양하다. 공식 수행원과 특별수행원을 합한 수행원 전체 규모는 66명으로, 2000년 35명과 2007년 61명과 비교해 가장 많다. 다만 전체 방북단 규모는 2007년 300여 명보다 100명 줄어든 200여 명이다.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정상회담 방북 당시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예고 없이 순안공항에 나타나는 '깜짝 영접'이 이뤄졌었다. 아울러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50여 분간 함께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는 '깜짝 밀담'도 진행됐었다.

2007년 10월 육로를 통해 북한을 찾은 노무현 대통령은 만수대 의사당에서 북측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면담을 가졌다.



노 대통령은 당일 오후 만수대 의사당에 도착해 북측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김용걸 만수대 의사당 의례 책임자의 영접을 받았고, 의사당 1층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 상임위원장과 악수를 나눴다.

김 상임위원장도 권오규 경제부총리 등 남측 수행원과 악수를 나눈 뒤 노 대통령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회담장으로 향했다. 회담장 앞에는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등 9명의 내각 책임자들이 도열해 노 대통령 일행을 맞이했다.

2007년 노 대통령 방북 땐 북한 정상이 하루 더 묵고 가라는 깜짝 제안을 해 화제가 됐다.

경호, 의전 등 고려할 부분이 많아 실현되진 않았지만 가까워진 남북정상의 관계를 보여준 상징적 일화로 꼽힌다.

한국 대통령이 평양을 찾은 것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