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현 경제부 기자 argos@hankyung.com
[ 백승현 기자 ]
고용노동부 산하 어린이·청소년 직업체험관인 한국잡월드가 18일 파업에 돌입한다. 파업에는 체험관 운영을 맡고 있는 비정규직 강사 160여 명이 참여한다. 전체 강사는 275명, 하루 평균 3000명이 예약 후 방문하는 잡월드의 운영 차질이 불가피하다. 파업 이유는 강사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자회사를 만들어 정규직을 만들어 주겠다는 사측과 자회사가 아니라 직접 고용해 달라는 강사들 요구가 맞서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 현장의 민낯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율은 8월 말 기준 무려 87.1%다. 2020년까지 전환 예정인 17만5000명 중 15만2000명이 전환했거나 전환하기로 결정됐다는 얘기다. 사실일까. 그렇지 않다. 전환율 87.1%에는 파업 전야의 한국잡월드도 포함돼 있다. 노동계 추산 전환율은 30%에도 못 미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12일 취임 이틀 만에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은 물론 모든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환호했다. 그로부터 1년여, 지난해 말까지 완료하겠다던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논의는 아직도 지지부진이다. 이뿐만 아니다. 비정규직 비중이 87%에 달하는 한국잡월드, 6700여 명의 통행요금 수납원이 있는 한국도로공사 등 ‘제2, 제3의 인천공항’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은커녕 수면 아래 있던 노사 간, 정규직·비정규직 간 갈등만 키웠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소관 부처인 고용부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원·예산을 늘려주는 것도 아닌 데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자회사 편입을 통한 고용 안정 정도로는 만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명·안전 업무’는 정규직화하라는 가이드라인도 문제다. 어떤 업무가 그에 해당하는지는 각 기관이 알아서 판단해야 해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되고 있다.
당초 공공 부문 정규직 전환 공약의 취지는 고용 안정, 즉 1~2년마다 소속 업체가 바뀌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고용 안정을 ‘비정규직 제로’라고 썼고,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직접 고용 정규직화’로 읽었다. 정권은 생색을 냈지만 정부는 곤욕을 치렀고, 근로자는 상처만 입은 정규직 전환, ‘요란했던 1년’은 그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