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부동산대책 -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
집값 급등한 조정대상지역 '세금 폭탄'
2주택 이상 稅부담 상한 150→300%로 상향
과표 3억~6억 구간 신설…세율 0.2%P 올려 0.7%
공정시장가액비율 2022년까지 100%로 인상
"지역별 차등과세로 위헌 소지…조세저항 우려"
[ 이태훈/서민준 기자 ]
정부의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은 서울 세종 등 집값이 급등한 지역에 징벌적 차등 과세를 하는 게 골자다. 노무현 정부 때도 없었던 강력한 대책이다. 부동산 가격 추가 급등을 막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지만, 집 없는 서민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의식한 ‘정치적인 판단’이 개입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가격이 같은 주택이라도 지역에 따라 다른 세율을 적용하는 것에 따른 과세 형평성과 위헌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정 지역·계층 타깃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을 2.0%에서 2.8%로 인상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지난달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게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요구였다. 결국 정부는 당·청의 요구에 따라 최고 세율을 3.2%로 올린 새 대책을 13일 내놨다.
정부가 과세를 강화한 대상은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와 기타 지역 3주택 이상 보유자다. 당초 정부안은 지역에 상관없이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만 최고 세율을 물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도 최고 세율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조정대상지역은 주택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1.3배를 넘고 청약경쟁률이 5 대 1 초과 등인 지역으로 서울과 세종 전 지역, 경기(과천 성남 하남 고양 광명 등), 부산(해운대 연제 동래 등) 등 43곳이다.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세부담 증가폭(전년도 재산세+종부세 대비) 상한도 현행 150%에서 300%로 상향 조정된다. 이에 따라 집값이 많이 올랐다면 보유세 부담이 전년보다 최고 3배까지 급증하게 된다. 1주택자나 조정대상지역 외 2주택자는 현행 세 부담 상한 150%가 유지된다.
90%까지만 올리기로 했던 공정시장가액비율도 단계적으로 100%로 올린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란 종부세 산정 시 적용하는 과세표준의 비율이다. 과표가 6억원이고 이 비율이 80%라면 4억8000만원에 대해서만 종부세를 물린다. 정부는 80%인 이 비율을 내년부터 5%포인트씩 높여 2022년 100%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당초 정부안은 2020년까지 90%로 인상한 뒤 상황을 보고 추가 상향 등을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종부세 부과 대상 27만4000명 중 21만8000명의 세율이 인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정부안에서 세율 인상 대상은 2만6000명이었는데 이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고가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도 강화한다. 1주택자라도 양도세가 부과되는 실거래가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는 현재 10년 이상 보유하면 최대 80% 공제율이 적용되는데 이번 대책은 여기에 실거주 요건 2년을 추가했다.
◆전문가들 “위헌 소지 다분”
전문가들은 특정 지역에 징벌적 과세를 하기로 한 이번 부동산 대책이 과세 형평성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위헌의 소지도 있다고 밝혔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종부세를 중과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며 “지방 거주자보다 실제 자산이 적은 서울 거주자가 집값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은 훨씬 더 많이 내는 결과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헌법상 재산권과 거주 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종부세는 양도소득세와 달리 실현되지 않은 소득에 대해 전국의 과세 대상을 통합해 종합 계산하기 때문에 지역 차별이 더 문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과표 3억원 이상은 종부세를 일괄적으로 올려 실수요 1주택자까지 세 부담 증가가 커질 것”이라며 “납세자의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세제로 집값을 잡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과거 노무현 정부 때와 같은 혼란이 일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 교수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더니 이번에는 사업자에게도 양도세 중과, 종부세 부과 등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며 “이는 임대차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태훈/서민준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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