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여야 5당 대표, 평양 함께 가자"… 보수 2野 "갈 이유 없다" 거절

입력 2018-09-10 17:46
평양 정상회담에 국회의장단·정당대표 초청했지만…

임종석, 사전 협의없이 제안
"함께 해주면 큰 힘될 것"
판문점 선언 비준 힘들어지자
정당 대표 초청으로 돌파 시도

국회의장단도 동행 않기로
김병준 "비핵화 진전 없는데…"
국회의장단 "정기국회 전념"


[ 박종필/박재원 기자 ]
국회의장단과 여야 5당 대표 등 국회 측 인사들의 정상회담 동행은 불발되거나 ‘반쪽 동행’에 그칠 전망이다. 평양행 남북한 정상회담에 부정적 견해를 견지해온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뿐 아니라 국회의장단도 논의 끝에 이번 방북에 동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4·27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이 한국당 반대로 암초에 걸리자 ‘여야 대표 방북단’ 구성으로 돌파구를 마련해보려 했던 청와대의 전략이 반나절도 안돼 무위로 돌아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靑 “정당 특별대표단으로 대우”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의 적극적인 참석을 당부했다. 특히 임 실장은 이 같은 제안이 단순히 문재인 대통령의 ‘들러리’가 아님을 강조하며 “초청하는 이분(여야 대표단)들을 별도로 국회·정당 특별대표단으로 구성하는 문제를 논의하겠다”면서 별도 일정 마련 계획까지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 국회·정당에서도 함께해 주신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며 “11일 정무수석을 통해 (각 당 대표를) 찾아뵙고 초청의 뜻을 설명드리겠다”고 말해 간곡하게 설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 정당 대표자 분들이 원하는 북측 카운터파트너 기관 방문 등이 무엇인지 듣기 위해 각 당을 찾아갈 예정”이라고 말해 야당을 위한 ‘맞춤형 회담’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의 이 같은 발표 2시간여 전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지난 4·27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시기를 평양 정상회담 이후로 미루는 데 동의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준동의안을 국회로 보내오면 충분히 논의하고 3차 (남북한) 정상회담이 끝난 후 결과를 보고 더 논의하기로 했다”며 “비준안 논의는 지금 시작하더라도 결론은 3차 남북한 정상회담 결과를 보면서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대장 받은 野 “가지 않겠다”

하지만 9명으로 방북단을 꾸리겠다는 청와대의 구상은 야당의 협조를 받지 못하면서 불발됐다. 일단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주영·주승용 국회부의장, 한국당 소속인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 국회의장단은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국회의장실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의장단과 강 위원장 모두 정기국회와 국제회의 참석 등에 전념하기 위해 동행하지 않기로 하고 이 같은 의사를 청와대에 전달했다”며 “3차 정상회담 이후 남북 국회회담이 열린다면 국회 의장단과 외통위원장이 함께 참석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청와대 제안에 앞서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청와대 제안이 있기 전인 오전에도 방북 제안이 있을 경우를 전제한 기자들의 질문에 “과연 정당 대표들이 그렇게 갈 이유가 있겠는가”라며 “북한 비핵화 조치에 대한 어떤 진전도 없는데 우리가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청와대 제안 직후 다시 공식 입장문을 내고 “협상과 대화의 주체는 단순할수록 좋다”며 “행정부가 (북한 측과) 실질적 비핵화 추진 약속을 해오길 바란다”고 거절 입장을 재확인했다.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안 논의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로 분류됐던 바른미래당도 손학규 대표가 불참하기로 했다.

현재까지는 이해찬 민주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이정미 정의당 대표만 방북단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여서 특별한 진전이 없는 한 ‘반쪽 방북단’이 되거나 아예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바른미래당도 손학규 대표의 불참을 공식 선언했다. 김삼화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전날 여야 대표들에게 문 의장을 통해 청와대 제안이 사전에 전달됐음을 밝혔다. 그는 “정상회담은 정부 책임하에 이뤄져야지 여야 당대표들까지 부르는 쇼로 만들려 하나”라며 “오늘 아침 안 간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음에도 임 실장이 또다시 초청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야당이 (정상회담에) 비협조한다’는 굴레를 씌우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명문화한 합의문 등 일정한 성과가 나와야 야당을 움직일 명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종필/박재원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