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의심 환자 6명 '음성'… 외국인 50여명은 연락 안돼

입력 2018-09-10 17:38
수정 2018-09-11 09:22
밀접 접촉자 21명 격리
의료기관들 전담 의료진 배치
2차 감염자 나오지 않아

확진자 태우고 병원 간 택시
이후에도 승객 23차례 태워
카드내역 등 토대로 추적 중

정부-서울시 또 메르스 충돌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메르스 통제가능 범위서 관리"
박원순 서울시장, 페이스북 통해 정부서 발표않은 환자 동선 공개


[ 이지현/박진우 기자 ]
3년 만에 발생한 국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A씨(61)와 접촉한 뒤 의심 증상을 보인 사람이 여섯 명으로 늘었다. 다행히 모두 1차 검사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A씨가 탔던 택시는 이후 23차례 승객을 더 태웠고, A씨와 같은 비행기를 탄 외국인 115명 중 50여 명은 현재 보건당국과 연락이 닿지 않아 불안을 키우고 있다. 서울시와 정부는 메르스 환자의 추가 동선 공개를 놓고 엇박자를 보이면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처럼 불협화음을 낳고 있어 논란이다.

메르스 2차 감염자 아직 없어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환자 A씨와 2m 이내 거리에 있었던 밀접접촉자 21명, 비행기에 함께 탄 승객 등 일상접촉자 417명에게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10일 발표했다. 당초 일상접촉자는 440명이었지만 이들 중 항공기 승무원들이 해외로 출국하면서 숫자가 줄었다.

모니터링 대상자 중 발열 기침 등 의심 증상을 호소한 사람은 6명이다. 이 중 밀접접촉자는 한 명으로, 외국인 항공기 승무원이다. 나머지는 일상접촉자로 분류된 항공기 승객이다. 2차 객담(가래) 검사까지 음성이 나온 영국 국적의 일상접촉자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추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쿠웨이트에서 A씨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현지 직원도 1차 음성 판정을 받았다. 쿠웨이트 보건당국과 대사관은 A씨와 현지에서 접촉한 20명에게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지 관리하고 있다.


확산 불안감은 여전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A씨의 추가 동선도 공개했다. A씨는 지난달 28일 쿠웨이트에서 병원을 방문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지난 4일과 6일 두 차례 현지 병원을 찾았다.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다. 공항 입국장으로 들어온 뒤 26분 만에 리무진 택시에 탑승한 그는 공항 내 화장실, 편의점 등을 들르지 않고 곧바로 삼성서울병원 발열호흡기 진료소 격리실로 향했다. 마스크를 쓴 채 마중 나온 아내와는 다른 차량으로 이동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A씨가 입국 전 지인인 삼성서울병원 의사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권고를 들었다”며 “몸이 불편해 편히 차량을 타고 가기 위해 혼자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고 했다. A씨를 옮긴 리무진 택시기사는 이후 23차례 승객을 태웠다. 질병관리본부는 카드 이용 내역 등을 토대로 이들의 명단을 확보해 일상접촉자로 추가할 계획이다.

A씨와 같이 아랍에미리트항공 EK 322편에 탑승했던 외국인 115명 가운데 50여 명은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으로 57명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외국인은 입국 시 체류지와 연락처를 남기도록 하고 있지만, 해당 정보가 정확하지 않거나 현지 연락처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규정상 격리는 되지 않지만 지정된 담당자에게 매일 건강상태를 전화로 보고해야 하는 ‘능동형 감시’ 대상이다. 당국은 경찰과 출입국사무소 등을 통해 연락처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환자 동선 공개 놓고 갈등도

정부 발표 전 박 시장이 메르스 환자의 추가 동선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박 시장은 지난 9일 오후 8시10분께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메르스 환자가 진실을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역학조사가 좀 더 치밀해져야 한다”고 했다. 두 시간 전인 오후 6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브리핑과 상반된 내용이었다. 브리핑에서 박 장관은 “메르스는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관리되고 있다”며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메르스 환자 스스로 주변 사람과 접촉을 최소화하며 병원을 찾아 큰 도움이 됐다”며 첫 환자의 대응을 높이 샀다. 이 때문에 2015년과 마찬가지로 메르스 사태를 둘러싸고 정부와 지자체가 갈등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초기 박 시장은 ‘환자 발생 병원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운 정부에 반기를 들며 “병원 이름을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삼성서울병원 의사이던 서른다섯 번째 메르스 환자를 두고 정부와 정면 충돌했다. 당시 박 시장은 늦은 밤 긴급 브리핑을 하고 “보건당국 조치를 보다 못해 서울시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며 “이 의사가 참석한 재건축 조합 총회 참석자 1565명을 모두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박 시장은 메르스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총회에 참석한 1565명 중 메르스에 감염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지현/박진우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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