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이야기] 사물인터넷이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 있죠

입력 2018-09-10 09:00
(29) 사물인터넷의 활용

사물인터넷 기술의 빠른 발달로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 지속 창출
보안과 소유권은 여전히 논란 소지

김동영 <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은 10년간 계속됐다. 아내를 빼앗긴 메넬라오스의 불명예는 전쟁의 승리를 통해서만 회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치열했던 전쟁은 언변과 술수에 능한 오디세우스의 책략으로 인해 마침표를 찍었다. 오디세우스는 건축가 에페이오스를 시켜 속이 빈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그리스 정예군을 그 안에 숨겼다. 목마에는 ‘아테네 여신에게 바치는 선물’이라고 새겨 넣었다. 트로이인들은 아테네 여신에게 남긴 선물을 받지 않을 경우 신의 노여움을 살 것이라고 생각하고, 목마를 성 안으로 들였다. 밤이 되자 그리스 군들은 목마 밖으로 나와 공격을 시작했고 무방비 상태였던 트로이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사물인터넷 세상의 트로이목마

기원전 13세기께 성공했던 트로이 목마(the Trojan horse) 전략이 오늘날 부활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기술을 담은 인공지능 스피커 이야기다. 원통형의 깔끔하고 실용적인 느낌의 이 소박한 스피커는 사물인터넷을 구동시키기에 최적화됐다. 서브우퍼와 고음 재생용 트위터, 음성인식 첨단 소프트웨어, 프로세서와 메모리가 탑재돼 사람들의 거실과 안방에 침투하고 있다. 아마존의 음성 기반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알렉사’와 알렉사가 탑재된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가 대표적이다. 인터넷에 연결된 에코는 무엇이든 물어보면 대답하고, 알람이나 전등과 같은 기능을 원격으로 제어하며, 음성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아마존에서 알아서 주문해 준다. 그 과정에서 얻은 고객의 음성 정보는 소비패턴 정보 혹은 관심사 정보로 수집돼 개인별 추천 서비스, 개인화 서비스 등에 활용된다.

한편 아마존은 다른 기업들에 알렉사 소프트웨어에 대한 라이선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그들이 자사의 기기와 제품에 다운받아 사용하는 것을 장려한다. 알렉사 소프트웨어가 누구의 기기를 통해서든 집안 곳곳에 놓일 경우 아마존에서의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많을수록, 사용횟수가 증가할수록 더욱 개선되고 정교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편리함을 높여주고 좋은 음질로 음악을 재생해 주는 스피커로만 인식되던 인공지능 스피커는 실은 우리의 생활을 데이터로 바꿔주는 센서, 즉 사물인터넷인 것이다.

다양한 사물인터넷 기반 비즈니스 모델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은 다양하다. 아마존의 ‘인-카 딜리버리(In-Car Delivery)’는 사물인터넷과 택배 서비스, 그리고 전자상거래 서비스가 사물인터넷 기술로 결합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37개 도시에 거주하는 아마존 프라임 고객들은 원할 경우 주문한 택배를 자동차 트렁크로 받아볼 수 있다. 아마존 직원이 고객 차량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택배 물건을 스캔한 후 별도 크라우드망에 접속하면 1회용 디지털 키가 부여되고, 이를 통해 차량 트렁크가 자동으로 열린다. 물건을 넣고 트렁크를 닫으면 그 코드는 자동적으로 말소되고, 트렁크는 다시 잠김 상태가 돼 택배 상자는 안전하게 주인을 기다린다.

사물인터넷으로 인해 비즈니스 모델이 완전히 바뀐 사례도 있다. 독일의 공기압축기 제조회사인 ‘캐저콤프레셔’가 대표적 사례다. 1919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이 기업은 사물인터넷 기술 이전에는 압축공기 탱크인 콤프레셔를 판매했다. 하지만 압축기에 사물인터넷 센서를 부착하기 시작하면서 제조와 서비스를 결합할 수 있었다. 사물인터넷 센서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고객들의 압축 공기 사용 패턴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어느 시점에 압축기 점검이 필요한지를 예측하는 ‘예방정비’ 능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 기술로 인해 방문하지 않아도, 더 적은 노력으로 보다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로 탈바꿈한 것이다.

소유권과 보안 문제

사물인터넷 기술의 장애 요인은 데이터 소유권과 보안에 관한 신뢰다. 즉, 사물인터넷 기술로 수집된 데이터가 나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허락하지 않은 다른 주체에게 활용될지 모른다는 우려다. 2016년 미국농민연맹(AFBF)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가 자신의 농장 관련 데이터에 접근 가능한 주체가 누구인지, 그리고 제공한 데이터가 오히려 규제의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개방형 사물인터넷 운영시스템인 ‘마인드스피어’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고 있는 지멘스도 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데이터 수집을 통해 주요 노하우가 유출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제조 플랫폼 도입을 주저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문제는 많은 경우 공공 정책과 법률이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많은 신기술이 직면한 공통의 문제이기도 하다. 역설적이게도 공유와 협력은 신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디지털 경제 시대에 공유와 협력에 따르는 편익은 그 비용보다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시장과 설비의 공유를 통한 데이터의 공유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외부와 자원을 공유하지 않는 기업들은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사물인터넷 기술이 산업경쟁력 향상을 위한 공유와 협력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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