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日 최초 US오픈 우승

입력 2018-09-09 18:16
수정 2018-12-08 00:00
세리나 윌리엄스 2-0으로 제압
상금 43억…세계랭킹 7위로


[ 이관우 기자 ] “미안합니다. 모두가 그(세리나 윌리엄스)를 응원했을 텐데 이런 식으로 경기가 끝나게 돼 미안합니다.”

9일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300만달러·약 595억원) 여자 단식 결승에서 일본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오사카 나오미(21·사진)는 우승 소감을 말해야 할 시간에 울먹이며 거듭 사과했다. 그는 윌리엄스와의 맞대결에서 2-0(6-2 6-4) 완승을 거뒀다. 그러나 윌리엄스가 심판과 언쟁을 벌이면서 세 번의 경고를 받는 등 이날 경기 진행 자체가 매끄럽지 못했고 관중의 야유는 시상식까지 이어졌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21세의 오사카가 우승을 만끽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평소 윌리엄스를 우상으로 삼아왔다는 그는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차분히 소감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윌리엄스와 US오픈 결승전을 치르는 것은 내 오랜 꿈이었고 이렇게 그와 경기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하며 윌리엄스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오사카는 1세트를 6-2로 쉽게 가져왔으나 2세트에서 위기를 맞았다. 오사카는 게임스코어 1-2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서브 게임까지 내주며 1-3으로 뒤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사카가 곧바로 윌리엄스의 서브 게임을 가져왔고 이때 이날 경기의 승부처가 된 일이 벌어졌다.

서브 게임을 곧바로 내준 윌리엄스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라켓을 코트에 강하게 던지며 부러뜨렸다. 앞서 경기 도중 코치의 지시를 받았다는 이유로 윌리엄스에게 1차 경고를 준 주심은 그에게 2차 경고를 했다. 주심은 경고 2개를 더해 다음 게임을 오사카가 15-0으로 시작하게 했고, 1차 경고 사실을 몰랐던 윌리엄스는 강하게 항의했다.

주심은 윌리엄스의 항의가 지나치다고 판단해 게임스코어 4-3이 된 이후에는 세 번째 경고인 ‘게임 페널티’를 부여했다. 순식간에 세트 스코어가 5-3이 되면서 오사카의 리드가 굳어졌고 결국 경기는 2세트 만에 종료됐다. 윌리엄스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심판과 악수하지 않으며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그는 오사카를 안아주며 어린 선수의 우승을 축하해줬다.

중국의 리나(2011년 프랑스오픈·2014년 호주오픈)에 이어 아시아 선수로는 두 번째로 메이저대회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른 오사카는 우승상금 380만달러(약 43억원)를 챙겼다. 그는 세계랭킹도 7위로 끌어올렸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