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장을 만나다
박경순 울진해양경찰서장
"사회의 어두운면 조망하는 시인과 경찰은 비슷"
[ 장현주 기자 ] “시인과 경찰은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죠.”
박경순 경북 울진 해양경찰서장(56·사진)은 시인 출신 경찰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91년 시 전문지 《시의 의식》을 통해 등단한 그는 2011년 1507함의 부함장으로 근무하며 느낀 경험을 담은 《바다에 남겨 놓은 것들》로 2012년 제24회 인천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수록된 시 가운데 ‘출항1’이 기억에 남는다”며 “중국 어선을 나포하기 위해 고속단정을 타고 떠나는 후배들의 모습이 절절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문을 연 울진 해양경찰서의 2대 서장으로 지난달 임명되면서 해양경찰 65년 역사상 첫 ‘여성 서장’이란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박 서장은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와 마찬가지로 치안도 현장에 답이 있다”며 “시민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현장을 자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울진 해양경찰서는 4개 파출소(죽변·후포·축산·강구)와 500t급 경비함정 6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경찰관 198명을 비롯해 일반직 공무원, 의무경찰까지 총 247명이 근무한다. 관내 해안선 길이만 208.6㎞에 달한다.
박 서장은 부임 후 해양사고 예방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영덕 고래불해수욕장 등 관내 해수욕장 14곳에서 물놀이 사고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박 서장은 “울진군과 영덕군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물놀이 안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며 “인명구조 및 생존수영강사 자격을 갖춘 해양경찰관이 직접 방문해 물놀이안전수칙, 구명조끼 착용방법, 심폐소생술 등을 알려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여성 해양경찰의 최고 선배로서 후배들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박 서장은 “섬세하고 꼼꼼한 장점을 살리면서 파출소, 경비함정 등 다양한 부서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정신이 필요하다”며 “하얀 눈길을 처음 걸어가는 것처럼 조심스럽지만 700여 명의 여경 후배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인천 출신인 박 서장은 1986년 17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첫 여성 해경으로 임용됐다. 2006년 경감으로 승진한 뒤 해경학교 교수요원과 태안 해양경찰서 1507함 부장(부함장), 해양경찰청 성과관리팀장, 동해지방해양경찰청 경무계장, 태안해양경찰서 및 평택해양경찰서 해양안전과장 등을 두루 거쳤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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