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주민 생존권" VS "환경 파괴"… '흑산도 공항' 두고 격론

입력 2018-09-07 16:48
수정 2018-09-07 16:52
“알량한 지식으로 우리 섬사람들 죽이는 것이냐(전남 신안군 주민)”
“흑산도는 흑산도다워야 한다(최송춘 전남환경운동연합 대표)”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흑산공항 종합토론회’에선 국립공원 내에 흑산도 공항(흑산 공항)을 짓는 게 타당하냐를 두고 격론을 벌어졌다. 전남 신안군 주민들은 “이동권을 보장하라”며 찬성했지만 환경단체들은 “환경 파괴를 막아야 한다”며 사업 백지화를 주장했다.

흑산공항 건설사업은 2000년부터 18년간 추진해온 이 지역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 예리 일대 53만5000여㎡에 짓는 소규모 공항이다. 서울까지 7시간 이상 걸리던 이동시간이 1시간대로 줄어 2100억원 가량의 경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된다. 2013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2015년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까지 마쳤지만 국립공원위가 2016년 11월 ‘철새 보호’를 명목으로 이 사업을 조건부 보류했다. 다음 국립공원위 심의는 오는 19일 열린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흑산도 주민들은 “공항 건설을 허가해달라”고 호소했다. 박우량 신안군 군수는 “흑산도는 1년에 50여일은 배가 못 뜬다”며 “서울 사람들은 하루라도 강남에 못 가면 난리가 날 텐데 섬사람들은 죽든지 살든지 배로 다니란 말이냐”고 말했다. 그는 “이 사업의 출발점은 지역 군민들의 절실함”이라며 “주민들이 노무현 정부 때부터 국토부, 기재부 등을 발품 팔면서 겨우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했다. 한 흑산도 주민은 “지금도 흑산도 가려면 배 시간 때문에 서울에서 이틀 걸려 간다”며 “살아보지도 않고 왜 당신들이 결정하려고 하냐”며 고함을 쳤다.

사업주인 국토부 서울지방항공청은 “환경영향 저감계획, 지속가능한 발전계획 등을 보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완 계획서에 따르면 사업면적은 당초 계획 67만9000㎡에서 53만5000㎡로 20%나 줄었다. 공항부지를 조성하기 위해 절취하는 둔덕과 매립 수면도 30~40%가량 줄였다. 철새 대체 서식지는 기존 5개소에서 6개소로 늘렸다.

이에 대해 환경 단체들은 “흑산공항은 환경 뿐만 아니라 경제성, 안정성도 우려된다”고 공세를 펼쳤다.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공동대표는 “흑산공항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과 함께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졸속으로 허락한 것”이라며 “무안공항, 양양공항 등을 보듯이 흑산공항도 경제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항 사업을 백지화하고 여객선 공영제 등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기상여건을 고려해 선박을 보강하고 섬 내 의료시설을 지원하는 등의 대안도 있다”고 했다. 장정구 황해섬네트워크 섬보전센터장은 “흑산도 주민들의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다른 섬들도 똑같은 문제가 있다”며 “형평성 차원에서 다른 방안들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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