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코드 활용, 불투명한 팀원 이력에 '논란'
초당 100만건 거래처리(TPS) 토종 기술을 구현했다는 국내 업체가 등장해 블록체인·가상화폐(암호화폐) 업계에서는 또 한 번 ‘스캠(사기 암호화폐)’ 논란이 고개를 들었다.
‘국산 5세대 블록체인’을 자처하는 위즈블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메인넷 ‘BRTE(블록체인 리얼타임 에코시스템’을 런칭했다고 밝혔다. 신뢰 가능한 노드에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블록 크기를 8메가바이트(MB)로 늘려 100만TPS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는 내용이 골자다.
올 6월 테스트넷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메인넷 개발을 완료했다는 위즈블은 토종 기술임을 강조했다. 유오수 대표(사진)가 간담회에서 개량한복을 입은 이유다. 토종 기술로 100만TPS를 구현, 연내 블록체인 기술의 국제 표준을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유 대표는 “100만TPS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했을 때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어려움을 딛고 메인넷을 자체 개발했다. BRTE는 미국보다 10년 앞선 기술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는 위즈블에 의혹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유 대표 스스로 언급했듯 이전부터 스캠 논란이 있었다. 이번 간담회로도 논란은 명확하게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검증 부족, 불투명한 팀원 구성과 과거 이력 문제가 논란을 키웠다.
핵심은 100만TPS 구현이 실제로 가능한지다. 간담회에서 위즈블은 취재진 질의에도 주장만 있을 뿐, 명확한 정보를 제시하거나 시연을 하지는 않았다.
물론 위즈블은 자체 블록체인의 소스코드를 개발자 커뮤니티 깃허브에 공개하고 있다. 해당 코드는 비트코인을 차용한 것으로, 저작권이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에게 있으며 MIT(매사추세츠공대)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에 따라 배포됐다고 명기됐다.
이 지점에서 의문이 생긴다. 위즈블은 스스로를 국산 5세대, 토종이라고 강조해왔다. 비트코인 소스코드를 바탕으로 했다면 자체 개발한 부분은 어디인지, 그리고 과연 거래속도 문제가 있는 비트코인으로 100만TPS 구현이 가능하느냐는 의문이 따라붙는다.
블록체인 개발기업 오버노드의 임현민 공동대표는 “비트코인 코드를 그대로 가져왔다면 100만TPS 구현이 될지 의문스럽다. 공개된 소스코드는 비트코인 코드에서 파라미터만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위즈블의 메인넷 BRTE 성능이 비트코인 수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위즈블 팀원 가운데 베일에 가려진 이도 많다. 통상 암호화폐 공개(ICO) 프로젝트는 팀원 이름과 경력 등을 모두 공개한다. ICO로 투자금을 모집해 블록체인을 개발하는 구조라 실체(블록체인)가 없는 물건(암호화폐)을 판다는 우려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팀원들이 충분한 개발 능력을 보유했음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가급적 공개한다.
하지만 위즈블은 팀원을 공개하지 않고 국내에서 ICO를 진행했다. 메인넷을 출시한 지금은 팀원들의 이름과 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했지만 여전히 위즈블 이전의 이력은 대부분 공개하지 않았다. 2013년부터 블록체인 설계를 해왔다는 유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유 대표는 “팀원들을 설득하고 정보를 보강하겠다”고 했다. 또 본인의 과거 이력에 대해서도 “과거보다 현재가 중요하다. 또한 과거에 나쁜 일을 했다면 현재 이 자리에 있지도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활동을 하며 많은 일을 겪었다. 판단의 기준은 각기 다를 수 있다”고도 했다.
비트코인 소스코드 의혹과 관련해 문영철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기존 비트코인 코드에서 블록을 이용하는 부분만 발췌했다. 블록 헤드 구조를 바꾸고 전파되는 풀로드의 역할에 대한 클라이언트도 직접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8MB 블록을 초당 50개씩 위즈블에서만 생성하고 참여 노드들에게 전파시킨다. 블록을 한 곳에서 생성해 속도를 높이면서도 참여 노드들에게 분산시켜 탈중앙화를 유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규제 공백을 틈타 다양한 스캠 행위가 일어나는 점을 거론하며 많은 프로젝트들이 노력하는 것처럼 위즈블도 활발한 소통과 명확한 공개로 의혹을 씻어내야 기술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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