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委 '규제·제도혁신 해커톤'
승차공유 도입 논의에 택시업계 불참해 결론 못내
"위원회는 자문 역할…부처가 움직이지 않으면 방법없어"
'내국인 공유숙박', 민관협의체 구성해 논의하기로
[ 김태훈 기자 ]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이끄는 장병규 위원장이 정부 부처의 더딘 규제 완화 속도에 답답함을 드러냈다. 승차공유 논란을 풀기 위해 마련한 규제·제도혁신 해커톤이 택시업계의 불참 속에 성과 없이 끝나자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 관련 부처가 교통 혁신에 미온적이라고 느낀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6일 서울 광화문 KT빌딩에서 열린 4차 규제·제도혁신 해커톤 결과 설명회에서 “국토부, 서울시 등이 카풀 앱(응용프로그램) 시간선택제 등 단편적인 문제에만 대응하기보다는 국민 이동 편의성을 높이는 관점에서 중장기 비전을 갖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4차 해커톤은 지난 4~5일 KT 대전인재개발원에서 8개 관계 부처, 업계, 학계 전문가 등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박2일 동안 열렸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교통서비스 혁신 토론에는 카카오모빌리티 등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과 지방자치단체, 정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지만 택시 관련 단체는 불참했다.
택시업계는 사전회의에 참석해 이번 해커톤에 참석하겠다고 밝혔지만 8월 말에는 “카풀 앱과 관련해 어떤 논의도 거부하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토론회에서는 ICT 기반의 다양한 요금제 도입, 택시 운행 행태의 다양화 등을 논의했지만 핵심 이해당사자가 없어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장 위원장은 “지난해 11월부터 10개월간 택시업계와 일곱 차례 대면회의와 30여 차례 유선회의를 했지만 택시업계가 끝내 해커톤에 불참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해당사자 간 갈등으로 신기술을 활용한 혁신이 지연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위원회가 정부 부처의 정책을 자문, 조정하는 것만으로 규제 완화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는 한계도 인정했다. 그는 “위원회는 자문, 조정 기능을 맡고 있는데 해당 부처에서 정책을 들고 오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며 “규제를 들고 있는 주무부처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지금까지 관련 부처가 이해당사자인 택시업계와 대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게 안 되면 다음 단계로 나가야 한다”며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데 여전히 답보 상태로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택시업계에는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10년 후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로 시장이 크게 바뀔 전망이어서 대화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장 위원장은 “공유자동차, 카풀을 하더라도 기사는 없어지지 않는다”며 “택시업계가 생각하는 것은 과도한 피해의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해커톤에서는 대한숙박업중앙회, 에어비앤비, 야놀자,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참여해 도시지역 내 내국인 공유숙박 허용 문제에 대해서도 토론했다. 현행법상 농어촌 지역이 아닌 도시지역에서 아파트,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을 활용한 민박은 외국인을 상대로만 운영할 수 있다.
해커톤 참가자들은 공유숙박 논의에 앞서 현행법 내 불법영업 근절 방안을 우선 논의하기로 했다. 미신고·무허가, 오피스텔 영업, 원룸 영업 등을 근절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며 플랫폼 사업자에게 미신고·무허가 업체 등록 금지 등 의무사항을 부여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정부는 숙박업계와 플랫폼 사업자가 참여하는 ‘민관합동 상설협의체’를 설립해 세부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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