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새 장 여는 '옹알스' "라스베가스 쇼케이스 여는 게 목표" (인터뷰)

입력 2018-09-06 09:21
수정 2018-09-06 09:33


지난 주 제6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부코페)'을 통해 부산바다를 웃음바다로 물들인 개그팀 '옹알스'.

10개국 40개 개그팀이 참가한 '부코페'에서 가장 주목을 끈 '옹알스'는 조수원, 조준우, 채경선, 최기섭, 이경섭, 최진영, 하박 등 7명으로 구성된 남성 코미디 그룹이다.

저글링, 마임, 비트박스 등을 이용한 논버벌 퍼포먼스로 '부코페' 개막 당일 K코미디스타상 대상 수상 영예의 주인공에 선정됐다.

오거돈 부산시장의 축하 속에 수상의 기쁨을 안은 '옹알스' 공연은 최단시간내 전석 매진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들은 최근 침체기를 맞은 공개코미디에서 공연 코미디로 트렌드가 바뀌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2007년 KBS '개그콘서트'에서 첫 선을 보인 후 대학로 무대에 서던 공연팀 '옹알스'가 의기투합해 사무실을 얻은 이유는 한 가지였다.

"우리도 4대보험이 적용되는 안정적인 직장을 만들어 보자."

채경선은 "개그맨들은 모두 평생 개그를 하고 싶어하는 꿈이 있다"면서 "하지만 꿈이 있어도 안정적인 생활이 안되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게 힘들지 않나. 개그맨도 일반 직장인들처럼 4대보험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회사 창립 배경을 설명했다.


채경선 조준우 조수원 세 사람이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를 끌던 '옹알스' 코너를 공연으로 바꾸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조준우는 "TV 개그는 특성상 매주 다른 형식을 선보여 신선함을 줘야 했. 우리는 한 주 동안 열심히 연습해서 다른 저글링을 선보여도 연출진이 볼 땐 '또 그거야? 딴 거 없어?' 이런 반응이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생각했다. 우리가 기술을 깊이 익히면 매번 관객이 바뀌는 공연 무대에서 더 빛을 발하겠구나 하고"라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옹알스' 공연이 올해로 10년을 채웠다.

최초로 옹알스가 외국 코디미 페스티벌에 간다고 하자 따가운 시선이 이어졌다.

"여기서 방송할 생각이나 하지 거길 왜 가?"

"거기 갔다 온다고 누가 알아줘?"

국내 개그에서 도피하는 사람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그들은 사비를 털어 애딘버러 국제 코미디 무대를 경험했다. 일본의 다양한 개그 공연이 무대에 서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기도 했다.

쫄쫄이 입고 슬랩스틱 개그를 선보이자 외국인들은 빵빵 웃음을 터뜨렸다.

"저게 웃긴가? 그럼 우리도 할 수 있겠는데?"

2016년 에딘버러 코미디 페스티벌 첫 무대에 서는 날이었다.

2500개 개그팀이 참가한 이 행사에서 스텝도 없이 조명과 음향까지 직접 만지는 개그팀 옹알스를 주목하는 관객은 많지 않았다.

"드디어 첫 무대 막이 오르기 전. 긴장한 채 살짝 커튼 뒤를 보니까 80석 규모의 객석에 단지 6명 뿐이더라고요. '그래 이렇게 경험하는 거지 뭐' 멤버들끼리 위안했는데 공연 직전 60여명의관객이 몰려 들어 무대가 꽉 찼어요. 공연이 시작됐고 뛰어나가는 멤버들의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삐에로의 눈물이었죠."

2010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서 평점 별 다섯 개를 받으며 큰 화제를 모은 옹알스는 이후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 스위스 몽트뢰 코미디 페스티벌 등 각종 해외 코미디 페스티벌의 초청을 받았으며, 지난해 8월에는 2017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아시안 아트 어워드 ‘베스트 코미디 위너’ 상을 수상하며 한국 코미디의 위상을 높였다.


옹알스가 국제 코미디 무대서 인정받자 국내 대접도 달라졌다.

"2014년 멜버른 아트센터에 옹알스 포스터 옆에는 지젤 공연이 걸려 있었어요. 관계자들이랑 얘기하는데 지젤 팀이 바로 이어 한국에 가서 예술의 전당서 공연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저희는 거기서 공연을 아직 못했다고 했더니 '한국 공연팀이 왜 한국에서 공연을 못해?'라며 의아해 하더라고요. '태양의 서커스는 예술인데 옹알스 공연은 단지 개그일 뿐인가' 오기로 계속 도전한 거죠."

'개그가 예술이냐'는 차가운 시선 속에서 3년 동안 대관신청을 번번이 거절당했던 예술의 전당에서도 이제는 먼저 초대를 할 정도며 연달아 매진의 신화를 쓰고 있다.

최근 배우 차인표가 코미디 퍼포먼스팀 옹알스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봉사활동 중 옹알스를 만나게 됐다는 차인표는 이들의 도전기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촬영키로 한 이유에 대해 "할리우드 유명배우이자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다큐멘터리를 봤다. 50세가 되니 배우 일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도 영화를 하는 방법은 영화를 직접 만드는 거였다"면서 "저도 이제 50이 넘었다. 성공하고 천만영화가 아니더라도 좋은 메시지가 있는 작은 영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게 어떨까 싶었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제대로 못하면서 꼭 어려운 환경에 가서 코미디 해야되냐?'고 했었던 동료들이 '어떻게 하면 우리도 거기 갈 수 있나'라고 물어와요. 우리가 아니더라도 뒤에 후배 누군가는 해야되는 일이었죠. 계속 도전하고 있는데 바라봐 주는 시선이 훨씬 더 좋아졌다는 걸 느낍니다. 우리 팀은 1년 내내 '옹알스'에만 올인하고 몰입하니까 쇼가 재미있을 수 밖에 없어요. 어떤 유명한 개그맨이 와도 공연장에서는 우리가 제일 웃긴다는 자신감을 갖고 무대에 섭니다."

상처없는 웃음을 주는 게 목표라는 옹알스의 개그에는 정치적, 종교적, 인종비하적 소재가 전혀 없다. 대사가 없는 넌버벌쇼라는 점이 언어와 인종을 뛰어넘는 인기의 비결이다.

"멤버 중 투명중인 조수원이 쾌유해서 함께 전세계 각국의 공연장에서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언젠가 라스베가스에 가서 쇼케이스도 열고 지금처럼 건강한 웃음을 전세계 인들에게 전파할 거에요."

앞서 20개국 43개 도시에서 공연을 개최한 옹알스의 일정표에는 9월 일본, 10월 베트남, 11월 호주 공연이 빽빽하게 적혀 있다.

"해외 공연을 많이 하다보니 옹알스가 한국에 없는 줄 아는 분들이 많아요. 저희 여기 있습니다! 많이 찾아주세요."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영상편집 조은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