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7기 지자체장이 뛴다
허태정 대전광역시장
변신 꿈꾸는 과학도시
"입주 기관들 넓은 부지에 분산
석·박사 인재 3만명 몰려있지만
신기술 정보교류 활발하지 못해
판교테크노밸리처럼 고밀도 개발
기관 간 기술 이전 시너지 극대화
스타트업 2000여개 육성할 것
도시철도 2호선·야구장 신축도 임기 중 마무리짓겠다"
[ 임호범 기자 ]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 40여 년간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성장한 대전을 4차 산업혁명 특별시로 도약시키겠다”며 “이를 위해 대덕연구단지를 대대적으로 리노베이션하고 2000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4차 산업혁명 특별시 조성을 내걸고 당선된 허 시장은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덕연구단지를 리노베이션하면 주거와 창업을 할 공간이 생긴다”며 “이곳에 스타트업을 입주시켜 4차 산업혁명 특별시 조성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대덕연구단지를 기반으로 과학도시로 발전한 대전은 내년 시 출범 70주년, 광역시 승격 30주년을 맞는다. 1973년 대전 유성구 유성읍과 탄동, 구즉면 일대 26.7㎢(현재 67.4㎢)에 건설된 대덕연구단지에는 26개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1500여 개 벤처기업이 몰려 있다. 석·박사급 연구 인력도 2만6000여 명에 달한다.
허 시장은 민선 7기 시정 운영 방향을 ‘일자리가 풍부한 4차 산업혁명 특별시 조성’에 뒀다고 소개했다. 주요 공약은 5대 분야에 93개다. 경제 분야에는 1조3785억원을 투입해 17개 사업을 벌인다는 구상이다.
허 시장은 “시정 구호를 ‘새로운 대전, 시민의 힘으로’라고 정했다”며 “시민과 함께 대전을 과학도시에서 4차 산업도시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대덕연구단지 리노베이션을 특별히 강조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대덕연구단지는 40여 년간 국가과학기술 핵심 집적지로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과 경제 성장에 많은 기여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입주 기관의 부지가 지나치게 넓어 효율성이 떨어지고 창업으로 이어지는 기술이전 시너지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기 판교테크노밸리는 조성 8년 만에 입주 기업의 매출이 77조원을 넘었지만, 대덕특구는 조성된 지 40년이 넘도록 17조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덕특구를 리노베이션할 수 있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범정부 선도사업으로 추진할 때가 왔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리노베이션 구상안이 궁금합니다.
“저밀도 대덕특구를 고밀도 도시형 혁신 공간으로 새롭게 설계할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인접한 몇 개 연구소의 어린이집을 공동으로 활용하면 남는 공간이 생깁니다. 그곳에 기업을 입주시킬 수 있습니다. 공간이 벌어져 있는 KAIST와 충남대 사이에도 창업타운을 조성할 수 있고요. 다만 리노베이션을 위해선 법을 개정해야 하므로 관련 부처와 긴밀히 상의해 나가겠습니다.”
▶10년 넘게 끌어 온 도시철도 2호선은 트램 방식으로 건설합니까.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타당성 재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그 결과에 따라 트램 방식이 타당성이 있으면 빠르게 추진하되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습니다. 타당성 재조사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입니다. 더 이상 지지부진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민선 7기에 마무리짓겠습니다.”
▶대전 야구장 신축에 관심이 큽니다.
“현 대전야구장(이글스파크)은 지은 지 54년이 됐습니다. 전국에 있는 9개 구장 중에서 규모가 가장 작고 시설도 낡았다는 평입니다. 2024년까지 1360억원을 들여 관람석 2만2000석 규모의 ‘베이스볼 드림파크’를 새로 지을 계획입니다. 야구 경기가 없는 300일은 젊은이들이 모여들 수 있게 문화·예술 공연과 함께 쇼핑이 어우러진 스포츠 단지로 꾸며 원도심도 활성화하겠습니다. 임기 중 야구장 신축을 위한 첫 삽을 뜰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부대전청사가 있는 둔산동 일대에 센트럴파크를 조성한다고 했습니다.
“대전 둔산동 일대 보라매공원과 샘머리공원, 한밭수목원 등 녹지 공간을 잇는 사업입니다. 대전시청부터 정부대전청사를 거쳐 갑천으로 연결되는 세로축과 대덕대로를 따르는 가로축이 잘 이어지면 명품 공원이 될 것입니다. 추가경정예산에 용역비를 편성해 공원 조성 규모와 연결 방안 등 전반적인 계획을 세우겠습니다. 사업비는 20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대전시 인구가 인근 세종시로 빠져나가고 있는데요.
“세종시로 6년간 8만 명 정도의 인구가 빠져나갔습니다. 150만 명을 넘던 대전 인구가 지난 6월 말 현재 149만5000명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세종시 건설에 대전 업체가 참여해 매출을 올리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세종시 때문에 대전시 인구가 줄어든다라는 지역 간 경쟁 구도로는 인구 감소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습니다. 두 도시가 상생해 함께 인구와 산업 발전을 이루는 계획이 필요합니다. 인근 지역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면 두 도시에 인구와 기업이 몰려 함께 발전할 수 있습니다.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희망주택 3000가구를 공급하고 공공 어린이집도 100여 곳 늘리는 등의 사업으로 대전 인구를 늘리겠습니다.”
▶숙의민주주의제도를 도입한다고 했는데요. 민주주의 남발과 시의 책임 회피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숙의민주주의제도는 시민이 시정 현안을 결정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제도입니다. 2006년 제정된 ‘대전시 주민참여 기본조례’를 전부 개정해 오는 11월께 ‘대전시 시민참여 활성화 기본조례’(가칭)를 입법 예고하겠습니다. 공론화의제선정단(가칭)을 구성하면 의제를 선별·차단하는 등 무분별한 공론화 과정 남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정책 결정권자로서 책임 회피 수단으로 활용할 생각이 전혀 없고, 특정 집단의 이익을 반영하기 위해 운영하는 일도 없도록 하겠습니다.”
■허태정 대전시장
△ 1965년 충남 예산 출생
△ 1984년 대전 대성고 졸업
△ 1989년 충남대 철학과 졸업
△ 2003년 노무현 정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 2005년 과학기술부총리 정책보좌관
△ 2006년 대전참여연대 사회문제연구소 이사
△ 2006년 대덕연구개발특구 복지센터 소장
△ 2010~2018년 2월 제11, 12대 대전 유성구청장
△ 2018년 7월~ 대전시장
■허태정 대전시장은…
시민운동가로 활약하다 노무현정부 靑 행정관 지내
고교시절부터 국내 문화유산답사 즐겨
허태정 대전시장은 1965년 8월 충남 예산의 조그마한 시골마을에서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허 시장이 태어난 대술면 송석리는 그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전기가 들어올 정도로 산 깊은 곳이었다. 허 시장 부친은 6남매를 모두 대학까지 보낼 정도로 교육열이 높았다. 허 시장도 시골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대전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허 시장은 중·고등학교 때 공부보다 여행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2》에 나온 지역의 3분의 2를 다녀왔을 정도다. 허 시장은 “그 시절 수많은 책과 여행, 그리고 문화예술로부터 얻은 경험과 지식은 성인이 돼서도 생각을 견고하게 다듬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허 시장이 충남대 철학과에 입학한 1985년 대학가는 민주화운동 열기가 거셌다. 자연스럽게 학생운동을 접한 허 시장은 대학 4학년에 올라가던 해인 1988년 민주화 운동으로 대전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1990년대 시민운동이 활발하던 시절 허 시장은 충남민주운동청년연합 간사를 맡으며 시민운동에 뛰어들었다. 허 시장은 30대 후반이던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났다. 그리고 노무현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그해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에 임명됐다. 그 무렵 문재인 대통령과도 인연을 맺었다.
허 시장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나면서 국민의 생각과 소중한 의견을 무서워할 줄 아는 자세를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청와대 인사수석실과 균형인사비서관실 등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국가 조직에 대한 안목과 시야를 넓혔다. 2010년부터 지난 2월까지는 제11, 12대 대전시 유성구청장을 지내며 지방자치단체 행정도 익혔다. 허 시장은 “민선 7기 대전을 교육과 주거, 문화 향유 기회 등이 시민 모두에게 고르게 주어지는 균형 잡힌 곳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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