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자리 창출, 어떻게 할 것인가 … 박정일 한양대학교 교수

입력 2018-09-05 15:03
[기고] 일자리 창출, 어떻게 할 것인가

역대 정부 실패 원인 반면교사 삼아 사람과 신기술에 투자해야


2018년 예산은 문재인 정부의 비전과 철학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 내년도 예산이 본격적인 일자리 정부의 예산이다. 정부의 2019년도 예산은 470조5000억원을 배정했다. 정부는 보건·복지·고용 분야에 올해보다 12.1% 늘어난 162조2000억원을 책정했다. 이는 전체 예산의 35%에 달한다.

역대 최고의 청년실업과 줄어드는 제조업 및 자영업 일자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자리 예산을 올해보다 22% 늘린 23조5000억원을 편성했다. 정부는 늘린 예산으로 공무원 3만6000명과 사회서비스 일자리 9만4000개, 어린이집 보조교사 1만5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인일자리 61만개, 아이·노인 돌봄 서비스 등 여성일자리 13만6000개, 장애인일자리 2만개 등을 늘린다.

또한 높은 청년 실업을 감안해 실업급여 예산은 7조4,093억원,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에
1조374억원, ‘청년 추가고용 장려금’에 7,135억원을 지원하고 졸업한지 2년이 안된 구직 청년에게 월 50만 원씩 6개월간 지원금을 주는 사업에 2,019억원을 편성했다.

역대 정부의 연평균 일자리 예산을 보면, 국민의 정부 5조 3262억원, 참여정부 1조 6191억원,
이명박 정부 9조2230억원, 박근혜 정부 약14조원이었다. 예산 1억 원당 일자리 창출 효과는 김대중 정부 7.4명, 노무현 정부 17.1명, 이명박 정부 2.1명, 박근혜 정부는 미미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일자리 관련 예산은 총 54조원이다. '재정지원 일자리 예산'이라는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 2017년 17조원에 2018년 19조원을 합하면 36조원이다. 현재까지 본예산이 66%, 추경이 71%가 투입됐고 하반기에 7조 5000억 원을 사용한다. 막대한 일자리 추경 예산을 투입하는데도 일자리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역대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실업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실패 원인은 임시적
일자리 양산과 중소기업 취직 지원에 예산을 투입하고 시간에 쫓겨 급조된 정책을
우격다짐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일자리 정부는 일자리 예산 집행을 과거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법으로 미래를 보고 사람에
투자해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신기술에 집중투자 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시절 4대강 사업에 투입된 26∽32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AI와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에 사용했다면 현재 청년 일자리는 넘쳐난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 중소기업에 취직하면 지원금을 준다고 하지 말고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키우기 위해 전폭 지원하자. 산업단지환경 개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신기술로 무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정부가 앞장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발주하자. 과거 정부가 추진했던 전자정부, 행정 전산화 프로젝트와 유사한 시대에 맞는 정부 주도 AI프로젝트 추진에 일자리 예산을 집행하자. 그러면 AI인력양성,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문제들은 저절로 해결된다.

예산을 집행하면 생기는 임시직은 예산을 끊기면 사라진다. 일시적 일자리가 아니라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분야에 선택과 집중하여 일자리 예산을 집행하자.

일자리 창출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벤처창업 붐을 일으키자. 1997년 IMF위기 당시 김대중 대통령 초청으로 손정의, 빌게이츠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초고속인터넷을 제안했기에 현재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손정의 회장을 초청해 한국의 미래 먹거리에 대해 조언을 받자. 현재 손정의 회장은 세계적으로 벤처 투자에 영향력이 대단히 크다. 손정의 회장이 AI가 미래를 지배하며 한국은 우수한 인재가 많아 유망하기에 한국 벤처에 투자를 한다고 발표하면 제2의 벤처 붐을 조성하는 계기가 된다.

둘째, 중소·벤처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일자리 예산을 지원하자. 최근엔 대기업과 소규모의 중소기업보다 중견기업이나 신생 기업이 새로운 고용을 만드는 추세다. 무엇보다 전체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중소·벤처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은 대부분이 대기업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로서 대기업의 경영 상황에 따라 실적이 좌우된다. 독일의 히든챔피언과 강소기업, 세계적인 기술과 경쟁력을 갖고 있는 일본의 부품 중소업체와 경쟁할 수 있도록 산업별로 중소기업을 선정 집중 지원하자.

셋째, 일자리 창출하는 산업정책을 제대로 수립해 추진하자. 최근 한국은 눈에 띄는 산업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과거에는 정부가 나서 산업정책을 만들고 기업과 협력하여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현재는 일자리를 없애는 산업정책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 4차 산업혁명 신기술에 맞는 산업정책을 세워 일관되게 추진하자.

넷째, 일자리를 만드는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자. 자국 기업들의 해외 공장을 국내로 되돌리는 ‘리 쇼오링’이 세계적 추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쇼오링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지난 2년간 제조업에서만 26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미국은 7년 간 1,200여개, 일본은 작년 724개 공장이 유턴했으나 한국은 2개뿐이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고용한 근로자는 286만 명이다.

중국 시진핑은 미국에서 유학한 우수 학생들이 국내에서 창업하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는 천인계획, 만인계획의 연장선이다. 이런 것이 일자리 정책이다. 일자리 창출이 일자리 정책이지 일자리 나누기 일자리 쪼개기, 중소기업 취직 자금 지원 등은 일자리 정책이 아니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자리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다섯째, 정부는 플랫폼 정부가 돼야한다. 일자리 정책이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집행되어 성과를 내려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각 부처 이기주의에 우선시 되는 구시대 관습을 타파해야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각 부처와 지자체가 유기적으로 협조하고 도와줘야 한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하는데, 지자체는 개발하겠다고 한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엇박자는 이제는 없어야 한다.

일자리 정부라는 목표가 정해졌으면 모든 부처는 일자리 창출에 올인 해야 한다. 각 부처의 이기주의를 버리고 벽을 허물고 오로지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자. 모든 부처 평가도 일자리 창출에 가중치를 최대치로 하자. 국무회의 때 각 장관들은 일자리 창출 관련하여 수치로 보고하자. 그렇지 않으면 책임지지 않고 중간만 하자는 생각에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창출은 어렵다.

여섯째, 평가 시스템과 감사 방식을 바꿔 규제 혁파를 제대로 하자. 규제를 철폐하려면 정부는 감사 방식을 바꾸고 다소 부족한 서류가 있어도 허가를 빨리 해 주고 선조치 후보완해도 문제 삼지 않고 오히려 담당자를 승진시키자. 한 번만 그렇게 하면 공무원 사회는 완전히 변화한다.

일의 진행과정 즉, 규정을 지켰는지가 아니라 시장 상황에 맞게 빨리 허가를 내준 성과를 보고 공무원 평가를 하자. 기존의 감사 방식도 새롭게 바꾸자. 더불어 정치인들은 규제를 철폐하자고 말로만 떠들지 말자. 제발 현장을 이해하고 시대에 맞게 법을 개정해줘야 한다.

일곱째, 통계와 정책 프레임에 함몰되지 말자. 국민들을 통계와 정책으로 설득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소득주도, 혁신성장, 공정경제, 포용국가와 같은 정책과 고용관련 통계 수치에는 별 관심이 없다. 오로지 내 직업과 안정된 일자리를 원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탁상공론(卓上空論)과 견지망월’(見指忘月)하지 말자. 그리고 제발 핑계를 대지 말고 현장 상황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추진해 일자리 창출 성과를 내기를 기대한다.
















박정일 한양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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