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기자 코너] 교실에서 체험으로 배운 '공유지의 비극'

입력 2018-09-03 09:01
내가 가위와 풀을 되찾지 못한 이유는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유지의 비극을 살펴보면 우리는 공동체로서
자원 사용이나 소유에 책임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재환아, 나 가위 좀 빌려줘.” “나는 풀만 좀 빌려줄래?” “나도 좀 빌려주라.” 풀과 가위를 모두 가진 나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필요한 사람은 다 쓴 이후에 나한테 돌려줘.” 그러나 내 풀과 가위는 나에게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재학 중인 경희고의 경제 과목은 다양한 경제 관련 주제를 접함으로써 경제문제에 대한 이해 및 분석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매주에 한 번 경제기사를 잘라 종이 노트에 붙이고 개인 의견이나 생각을 적는 ‘경제기사 스크랩’ 활동을 한다. 그래서 나는 신문을 자르는 데 필요한 가위와 기사를 노트에 붙이는 데 필요한 풀을 사물함에 넣어 항상 갖춰두는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많다. 나는 후자의 경우인 학생들에게 너그럽게 준비물을 빌려주는데, 항상 내가 빌려준 준비물은 ‘공유’되어서 돌아오지 않는다.

사실 이 문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공유자원’과 관련이 있다. 공유자원이란 소유권이 어느 특정한 개인에게 있지 않고 사회 전체에 속하는 자원이다.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의 대표적인 예시가 될 수 있는데, ‘공유지의 비극’은 지하자원이나 공기 등과 같이 공동체가 함께 사용하는 공유자원의 경우 과도한 소비로 인해 파괴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왜냐하면 이런 공유자원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9년 6월12일 췌장암으로 타계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 교수는 이에 대한 해법을 찾고자 췌장암에 걸린 사실을 알고도 연구를 위해 멕시코를 방문했을 만큼 열심히 역사와 전 세계 속에서 공유자원을 보유하고 보존해온 다양한 공동체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정부나 국가에 의한 규제보다는 공유자원 문제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공동체의 구성원들끼리 자발적인 규제와 협동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해법임을 찾아냈다.

내가 가위와 풀을 되찾지 못한 이유는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유지의 비극을 살펴보면 우리는 공동체로서 자원 사용이나 소유에 책임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책임이 부여되면 개인은 그 자원에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책임의 부여’는 공유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고, 더 나아가 현재 인류가 진보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김재환 생글기자(경희고 2년) ktkk224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