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기자 코너] 한글 자음에 이름을 붙여준 최세진의 《훈몽자회》

입력 2018-09-03 09:00
《훈몽자회》의 발간은 자모의 이름이 부여된 것으로 한글 맞춤법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훈몽자회》의 발간이 백성들에게 훈민정음을
널리 보급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 자음에는 모두가 잘 알듯이 ‘기역, 니은, 디귿 리을 … 히읗’과 같은 자음의 이름이 있다. 하지만 한글 자음들에 누가 이런 이름을 붙여준 것인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과연 이들에게 이름을 지어준 사람은 누구일까?

아담은 성경 속 최초의 인물이자 태초의 피조물들에게 이름을 부여한 사람이다. 이처럼 우리 한글 자모에도 이름을 붙여준 아담이 존재했다. 그는 바로 조금은 생소한 이름일 수 있는 최세진이다. 1527년(중종 22년), 조선의 학자이던 최세진은 백성들에게 어려운 한문 공부를 쉽게 훈민정음으로 가르치기 위한 목적으로 《훈몽자회》를 편찬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글 글자의 이름이 이에 비롯한 것이다.

《훈몽자회》 중 ‘언문자모’에서는 초성과 종성으로 함께 쓰인 8자와 초성으로만 사용됐던 즉, 받침으로 쓸 수 없던 8자를 나누어 제시한다. 그다음, 해당 자음에 ‘ㅣ’와 ‘ㅡ’를 결합시킨 모양을 기본으로 사용했다. 그렇다면 왜 ‘기윽’이 아니라 ‘기역’이고 ‘시읏’이 아니라 ‘시옷’인 걸까? 당시에는 훈민정음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훈민정음을 읽는 법을 설명하기 위한 방안으로 차자표기법을 사용했다. 이로 인해 ‘윽, ?, 읏’으로 읽히는 한자가 없어 ‘역(役), 귿(末·끝), 옷(衣)’을 이용해 표시한 것이다.

그럼 ‘지읒, 치읓 … 히읗’ 중 ‘읒, 읓 … 읗’에 해당하는 한자들도 없었을 텐데 이들은 어떻게 된 경우인 것일까? 당시 ‘ㅈ, ㅊ, ㅌ, ㅍ, ㅎ’은 초성에만 오기 때문에 ‘지, 치, 티, 피, 히’가 해당 자음의 이름으로 불렸다. 현대에 와서 널리 한글 보급이 이뤄진 이후 그제야 ‘지읒, 치읓, 키읔, 티읕, 피읖, 히읗’으로 쓰고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훈몽자회》의 발간은 자모의 이름이 부여된 것으로 한글 맞춤법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훈몽자회》의 발간이 백성들에게 훈민정음을 널리 보급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채완 동덕여대 인문학부 교수는 “훈민정음을 쉽게 효과적으로 깨치는 방법을 개발하고 보급한 점에서 《훈몽자회》의 가치는 높게 평가된다”고 했다.

조하은 생글기자(거제고 2년) gkdms297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