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리스크 줄이려면… 감당할 수 있는 '손실 한도' 정하라

입력 2018-09-02 21:06
KB WM스타자문단과 함께하는 자산 관리


투자에는 늘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떻게 관리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다를 수 있다. 먼저 자산별로 어떤 위험이 있는지부터 알아보자.

주식형 펀드는 통상 수십 개 우량종목으로 분산되는 경우가 많아 개별종목 부도 위험은 작다. 하지만 시장 등락에 따른 가격 변동 위험이 있어 투자시점이 좋지 않으면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 지역이나 국가마다 변동 폭이 다르므로 이 점을 미리 파악하고 투자해야 한다.

주식시장 등락에 따른 변동 위험은 통상 표준편차로 측정한다. 표준편차는 평균에서 얼마나 많이 벗어나는지를 보여주는 통계 수치다. 이 수치가 크면, 즉 등락 폭이 크면 상승 폭뿐 아니라 하락 폭도 클 수 있다는 뜻이다.

코스피200지수의 최근 1년 표준편차는 14%다. 미국 S&P500지수와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표준편차가 각각 13%, 12%로 한국과 엇비슷하다. 하지만 베트남 호찌민지수, 홍콩 H지수, 중국 상하이거래소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지수 모두 표준편차가 20%를 넘는다. 한국 코스닥시장 상위 150개 종목으로 이뤄진 코스닥150지수는 표준편차가 무려 28%에 이른다. 결국 베트남, 중국, 한국 코스닥시장 등에 투자하는 상품은 표준편차가 매우 크므로 자칫 투자 시점이 나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채권은 대체로 가격 변동 위험이 주식보다 작다. 그렇지만 만기가 긴 채권은 가격 변동이 생각보다 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신용등급이 낮은 투기 등급 채권은 투자 시 부도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고금리 채권을 편입하는 하이일드 펀드는 주로 투기 등급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종목이 잘 분산되지 않으면 부도에 따르는 위험이 클 수 있다. 따라서 국내든 해외든 하이일드 채권펀드는 종목당 투자 비중이 2~3% 이내로 고르게 분산됐는지 살펴봐야 한다.

해외 상품에 투자할 때 환헤지를 하지 않으면 환 변동 위험에 노출된다. 해외 투자 대상이 달러 표시 자산이고 그 비중이 크지 않다면 굳이 환헤지를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하지만 브라질 등 기타 신흥국 통화는 대부분 한국 원화보다 변동이 더 크고 취약하다. 따라서 이런 나라에 투자할 때는 늘 환율 위험을 살피고 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크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해외 펀드 가운데 신흥국 현지 통화까지 헤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위험을 완벽히 제거할 수는 없어도 어느 정도 줄이거나 대비할 수는 있다. 알기 쉬운 위험관리 방안 중 하나는 투자 포트폴리오의 최대 손실이 얼마일지 미리 가늠해보는 방법이다. 즉, 전체 자산을 여러 금융 상품으로 운용한다고 가정하고, 이런저런 외부 변수로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 원금이 얼마까지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지 파악한다. 그런 다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손실 한도액을 정해놓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예컨대, 전체 자산이 5억원이고 내가 정한 손실 한도가 2000만원이라 하자. 전체 5억원 중 3억원은 안전한 예금에 가입하고, 2억원은 펀드에 투자한다고 할 때 펀드 2억원에서 10% 손실이 발생하면 2000만원 손실이다. 이 경우 펀드 2억원에서 손실이 1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한다. 예를 들어 2억원을 중국, 베트남, 코스닥 펀드에 투자한다고 할 때 10% 손실이 나면 기계적으로 환매하도록 미리 설정해 놓는다.

외환과 원자재 선물 시장에서 10년간 연 복리 87%의 수익을 거둔 전설적 투자자인 브루스 코브너(Bruce Kovner)는 한 번의 투자에서 손실이 전체 자금의 1%를 넘지 않게 관리했다. 즉, 사전에 위험한도를 정하고 철저히 지켰다. 이와 같은 위험 관리가 장기적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디딤돌이 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가 손절매를 실행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손실을 확정하는 것은 인간 본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예 변동이 큰 시장에는 투자하지 않거나, 투자하더라도 그 비중을 작게 가져가는 방법을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철길을 건널 때 좌우를 살피듯, 투자하기 전에 기대수익뿐만 아니라 발생 가능한 손실금액도 미리 따져보는 것이 위험관리의 첫걸음이다.

오인석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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