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산단 지정보다 활력 잃은 기존 산단 활성화가 우선이다

입력 2018-09-02 18:11
정부가 엊그제 충북 충주, 전남 나주 등 7개 지역을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했다. 정부가 국가산단 후보지를 발표한 것은 2014년 이후 4년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내놨던 ‘국가산단 추가 조성’ 공약에 따른 것이다.

국가산단은 기간산업과 과학기술산업 등을 육성하기 위해 국가가 지정하는 산업단지다. 낙후된 지역에 새로운 성장동력과 대규모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경제 기여도가 적지 않다. 지역의 모습도 바꿔 놓는다. 공장 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 등 배후 주거시설과 쇼핑센터 등도 함께 건설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산단유치 경쟁을 벌이거나 자체적으로 산단개발에 나서는 이유다.

하지만 포화상태의 산단을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균형발전 등의 명분으로 산단 지정이 남발돼 왔다. 국가산단만 해도 창원, 구미 등 44곳에 이른다. 여기에다 일반산단 650개, 농공산단 468개 등 전국에 흩어져 있는 각종 산단이 1189개나 된다. 유치 업종도 신소재, 의료, 바이오 등 겹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복·과잉 산단투자로 인한 폐해는 심각한 상황이다. 작년 10월 기준으로 분양률이 신소재 특화 국가산단인 경북 포항 블루밸리는 1%, 충남 당진의 석문국가산단은 24%에 불과하다. 지자체가 개발 중인 산단도 분양률이 30~40%를 넘는 곳이 드물 정도다. 경남 하동군은 조선산단 개발 실패로 수백억원 빚더미에 올라 정상적인 재정운영을 하지 못할 지경이다.

더 큰 문제는 가동 중인 상당수 산단들도 경기침체 여파로 급속히 비어가는 등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과 전남의 경제를 지탱하는 녹산산단과 대불산단의 가동률도 60%를 밑돈다. 대선 공약이라고 산단을 늘리기보다 기존 산단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내놓는 게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