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면담도, 문재인 대통령 친서 전달도 미정… '당일치기' 2차 對北특사단

입력 2018-09-02 17:27
정의용·서훈 투톱 등 5명
3월 1차 방북 때와 동일

美국무부 "남북관계 진전
비핵화와 같이 움직여야"

교착상태 빠진 美·北회담
실마리 풀고 올지 관심


[ 박동휘/손성태 기자 ]
남북한 관계 ‘과속’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북 특사대표단의 ‘당일치기’ 평양행이 최종 결정됐다. 특사단 수석은 지난 3월 첫 방북 때와 마찬가지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맡기로 했다. 답보 상태에 빠진 미·북 간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외교가 다시 한 번 효과를 발휘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상보다 짧은 당일치기 방북

청와대는 2일 정 실장이 이끄는 5명으로 꾸린 대북 특사단을 발표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해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명단에 포함됐다. ‘4·27 남북 정상회담’ 전에 파견된 지난 3월의 1차 대북 특사단 명단과 같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특사단은 5일 아침 서해 직항로를 통해 방북해 임무를 마친 뒤 당일 돌아올 예정”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될지는 아직 얘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방북 일정이 길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김 대변인은 “(특사단의) 1차 방북 때와 달리 (남북 간에) 신뢰가 쌓여 있고, 내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당일 방북만으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방북의 목적이 이달 “평양에서 열기로 한 남북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날짜를 잡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협상과 관련한 중재 외교가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친서를 김정은에게 전달하느냐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친서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가 추가 질문이 이어지자 “친서가 가는지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말을 바꿨다.

◆미·북 협상 교착에 돌파구 내나

전문가들은 2차 대북 특사단의 역할이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이 잇따라 대북 강경 기조를 밝히고 있어서다. 미국 국무부는 대북 특사단 발표가 나온 직후인 지난달 31일 “남북관계 진전은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춰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대북 특사단 파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해결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크리스 밴 홀런 민주당 상원의원 등 대북 압박용 법안 마련을 추진 중인 상원의원들도 대북 압박용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이들은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에너지 공급과 금융 거래 차단을 골자로 한 제재 법안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대엽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는 “대북 특사단 파견은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국내 정치 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히 전략적인 선택”이라며 “다만 현 국면에서 특사단이 북·미, 미·중 관계에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해선 ‘가을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추진돼야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라는 관점에선 ‘빈손 회담’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도 특사단의 방북 결과에 따라 기로에 설 전망이다. 미 국무부 등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특사단이 남북 철로 연결 등 각종 경제협력 의제를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리기로 합의할 경우 한·미 간 마찰이 본격적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나온다. 윤 교수는 “김정은과의 면담이 성사되느냐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협상 진전을 위해 김정은에게 핵시설 신고 등 미국이 요구하는 안을 수용토록 한다면 ‘문(文)의 중재외교’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동휘/손성태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