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自然 만끽하며 힐링… 평생 잊지 못할 서호주

입력 2018-09-02 16:43
여행의 향기

숲속 호텔서 밤하늘 쏟아지는 별 보고
사냥개들과 호주의 산삼 '트뤼프' 캐고


가끔은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누빌 필요가 있다. 숲과 해변을 달리고 그 땅에서 자라는 야생의 식재료로 만든 요리도 맛봐야 한다. 쏟아질 듯한 별을 보며 숲속의 호텔에서 하룻밤 자봐도 좋지 않을까. 대자연이 주는 혜택을 마음껏 누리다 보면 가슴이 탁 트이고 마음도 풍성해질 테니까.

서호주에 가면 수백 년 된 숲과 거친 사막을 사륜구동으로 누빌 수 있다. 사막을 건너면 해변의 바다가 붉은 태양을 집어삼키는 일몰이 눈을 압도한다. 야트막한 산자락에는 ‘땅속의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서양 송로버섯인 트뤼프도 숨어있다. 사람들은 훈련된 개들과 함께 트뤼프 사냥을 떠나고, 캠핑카와 푸드트럭을 설치해 축제도 벌인다. 온통 수풀로 둘러싸인 호텔의 테라스에서 이 지역 와인을 마시는 호사도 놓칠 수 없다. 평생 해보기 힘든 야생의 모험과 낭만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서호주=글·사진 나보영 여행작가 alleyna2005@naver.com

서핑과 와인의 천국 마거릿 리버

서호주의 중심도시 퍼스(Perth)에 도착한 건 오전 6시 무렵, 지구 반대편으로 넘어오니 계절이 반대로 바뀌어 공기가 사뭇 다르다. “서호주는 인도양 해변, 오래된 숲, 태고의 사막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대자연의 보고이자, 청정 먹거리의 낙원이죠. 서핑, 카약, 와인의 천국 마거릿 리버(Margaret River), 돌고래와 고래를 볼 수 있는 해변 마을 버셀턴(Busselton), 야생 송로버섯과 민물가재 요리가 가득한 맨지멉(Manjimup), 숲과 사막 투어로 유명한 펨버턴(Pemberton) 등 자연의 혜택을 만끽할 수 있는 여행지가 많아요. 겨울에도 최저 기온 7도, 최고 기온 21도로 온난해서 여행하기에 아주 좋죠.” 이번 여행의 가이드 역할을 해 줄 서호주 정부 개발위원회(SWDC)의 사이먼이 자세히 설명한다.

공항을 벗어나 남서쪽으로 달리자 창밖으로 터키석처럼 빛나는 인도양 해변이 펼쳐진다. 이른 아침 햇살을 누리며 수영하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 사람들은 아침 운동 삼아 바다 수영으로 하루를 시작한단다. 바다 수영이 일상인 삶이라니 얼마나 부러운지!

잠시나마 아침 바닷가를 걸어보고 싶어서 퍼스에서 가까운 해변 마을 버셀턴에 차를 세웠다. 짙푸른 바다 위로 150년간 이 해안을 지켜온 목조 제방이 묵직하게 뻗어 있다. 길이가 무려 1.8㎞로, 남반구 최장 길이라고 한다. 더 흥미로운 건 둑 위에 놓인 철길을 따라 앙증맞은 빨강 열차가 다닌다는 것! “이곳의 명물인 제방 열차입니다. 열차를 타고 부두 끝으로 가면 해저전망대가 나오죠.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서 유리 너머 수중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보트를 타고 인근의 지오그라피 베이(Geographe Bay)로 가면 돌고래도 만날 수 있고, 9월에서 12월 초 사이에는 남태평양으로 이동하다 쉬어가는 고래들도 볼 수 있답니다.” 고래가 쉬어가는 바다라니, 서호주 여행은 첫인상부터 남다른 듯하다.

사막 너머 바다가 태양을 삼키는 예가럽 해변

버셀턴에서 남쪽으로 138㎞를 달려 첫 번째 목적지인 소도시 펨버턴에 도착했다.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는 건 사륜구동 차량으로 숲, 사막, 해변을 누빌 수 있어서인데, 남부 숲을 탐험한다는 의미로 ‘서던 포레스트 디스커버리 투어’라고 부른다. 현지 투어 업체의 가이드가 시원하게 차를 몰며 야생을 탐험하게 해준다. 커다란 오프로드형 차량에 올라 수백 년 된 삼림으로 우거진 워런(Warren) 국립공원 들어섰다. 숲을 파고들 듯 달리며 각종 식물과 지형을 구경하고, 입에 넣고 씹으면 박하맛이 나서 개운해지는 독특한 나뭇잎도 깨물어 보고, 500년 된 거대한 나무 주위를 산책하기도 했다. 긴 수령의 노목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랐고, 둘레가 어마어마하게 굵어서 옆에 선 사람이 그야말로 개미만큼 작아 보인다.

숲을 빠져나오자 식물들은 자취를 감추고 황량한 모래땅이 등장한다. 가이드가 이제부터 사막으로 진입할 거라고 말하며, 조그만 기구를 타이어 캡에 꽂아 공기압을 낮춘다. 바퀴가 모래 속으로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사막으로 진입하니 아득한 모래벌판이 시작된다. 요동치듯 달려 흰 모래와 파란 하늘이 맞닿은 모래언덕에 올랐다. 사방으로 모래와 하늘이 펼쳐진 풍광은 가히 초현실적이다.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발자국을 내며 걸어 보고, 모래가 설탕 같다며 한 줌 쥐어서 맛보는 흉내를 내기도 한다. 멀리서 사막 슬라이드를 타는 사람들도 보인다. 식물 하나 없는 사막이 사람에게 주는 경험이 이토록 다양할 줄이야.

사막을 넘고 나자 서호주의 남서쪽 끝 해변에 도달한다. 예가럽(Yeagarup)이라는 이름의 이 해변은 드리프트 명소다. 젊은이들이 해변 모래에 일부러 바퀴 자국을 내면서 드리프트를 즐기고 있다. 바다가 태양을 집어삼키니, 선명한 바퀴 자국이 드러난 해안이 짙은 명암을 드러낸다. 일몰을 바라보며 가이드가 건넨 커피를 마시자 ‘이 맛에 사막을 넘는 거구나’ 싶다. 되돌아 나올 때는 자동차 보닛을 열고 콤프레셔를 타이어에 연결해 다시 공기를 채우는 작업이 필수다. 그런 과정도 도시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라 신기하게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뒤돌아본 사막의 짙은 땅거미는 결코 잊지 못하리라.

개들과 숲을 누비며 ‘트뤼프 사냥’ 체험

펨버턴에서 약 31㎞ 떨어진 또 다른 소도시 맨지멉은 세계 3대 식재료인 트뤼프가 자라는 곳이다. 서양 송로버섯의 일종인 트뤼프는 야생의 땅속 깊은 곳에 서식해서 ‘땅속의 다이아몬드’라 불릴 정도로 귀하다. 매년 겨울 열리는 ‘트뤼프 커퍼플(Truffle Kerfuffle)’ 축제를 찾아가면 이 값진 요리를 종일 맛볼 수 있다.

이른 아침 축제 현장에 도착하니 들뜬 열기가 한창이다. 드넓은 풀밭에는 캠핑카, 푸드트럭, 텐트가 늘어서 있고, 낡은 트럭을 개조한 무대나 나무 계단에서는 포크록 가수나 재즈 밴드 노래가 울려 퍼진다. 사람들은 잔디밭이나 나무 울타리에 앉아 아침 햇살을 누리며 이 지역 요리를 맛본다. 아이들은 호수만큼 큰 풀장에서 튜브에 걸터앉아 둥둥 떠다니는 즐거움을 누린다.

곳곳에서 이 지역 셰프들이 선보이는 본고장 요리가 발길을 끈다. ‘셰프의 오두막’이라는 팻말이 걸린 통나무 집으로 들어가니, 멋진 셰프가 트뤼프를 곁들인 민물가재를 굽고 있다. 오븐에서 갓 나온 가재에 저민 트뤼프를 올린 요리를 맛보니 이런 호사가 또 어디 있나 싶다.


트뤼프는 인공 재배가 불가능하고 야생에서 채취해야 해서 산삼에 비견되곤 한다. 땅속 30㎝ 깊이에 숨어 있어서 후각이 발달한 동물들이 심마니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돼지가 냄새를 맡아 찾도록 했는데, 찾자마자 먹어버리는 게 문제였어요. 지금은 훈련된 개들이 그 역할을 맡는데, 주로 래브라도 리트리버 견들이 담당하죠.” 트뤼프 생산자들이 개들과 함께 채취하러 가는 것을 트뤼프 사냥이라 부르는데, 운 좋게도 이 사냥을 따라가 볼 수 있었다.

참나무와 개암나무가 무성한 산에 도착하자, 사냥의 가이드로 나선 트뤼프 생산자가 두 마리 개를 앞세우고 일행을 산길로 인도했다. ‘트뤼프가 어디 있을까? 찾아보자!’하고 외칠 때마다 개들은 나무 밑동 근처를 킁킁거리다가 놀랄 만큼 빠르게 트뤼프가 묻힌 곳을 탐지했다. 주인이 다가가 흙을 파고 트뤼프가 긁히지 않도록 조심스레 꺼내는 걸 보니, 이 천연 먹거리가 얼마나 귀한지 실감이 난다. 소중한 야생 식량이야말로 자연이 주는 최대의 혜택이 아닐는지.

별이 가득한 숲속 호텔에서 하룻밤

그날 밤에는 나무와 별이 무성한 숲속의 호텔 ‘포레이저스 세븐 셀프 컨테인드 샬레(Foragers’ seven self-contained chalets)’에 묵었다. 7만6890㎡ 면적의 수림에 지어진 일곱 채의 독채로 된 호텔에 짐을 풀자, 숲속의 집을 빌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깨끗한 침구와 소파, 장작이 잘 채워진 벽난로, 넓은 부엌에 정갈하게 준비된 빵과 잼과 음료들, 바비큐를 할 수 있는 테라스 등 어느 하나 부족한 게 없었다.

일곱 채의 독채를 둘러싼 숲 입구에는 통유리로 된 레스토랑도 있었다. 이 레스토랑에서 전 세계에서 온 다른 여행자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밤늦도록 이 지역 요리와 와인들을 맛봤다. 샐러드, 크로켓, 파스타, 스테이크로 이어지는 풀 코스 정찬의 모든 요리에 트뤼프가 곁들여졌고, 서호주의 우수한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피노누아, 샤르도네 와인들이 요리와 궁합을 이뤘다.

식사를 마치고 나왔을 때는 까만 밤하늘에 촘촘하게 박힌 별들이 머리 위로 후드득 떨어질 것만 같았다. 마치 한여름 밤의 꿈처럼 달콤하고 낭만적이었다. 지금 서호주가 겨울이란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나보영 여행작가 alleyna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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