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향한 갈증…음악 포기할 수 없었다"
데뷔 20주년 기념음반 '하트' 발표…'키스 미 라이크 댓' 등 6곡
칼군무 대신 절제미 주력…"매번 다른 느낌의 무대 위해 고심"
내달 6~7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단독 콘서트
[ 이은호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불리던 사상 초유의 외환위기로 온 나라가 어려웠던 1998년. 비닐 재질 의상을 입은 청년들이 고난도 브레이크 댄스를 췄다. 데뷔곡 ‘해결사’를 통해 외환위기로 혼란스럽던 사회를 비판하고 또래들에게 용기를 북돋웠다. 거친 남성미와 힘 있는 춤을 앞세운 이들은 단박에 이목을 끌었다. 가요계 최장수 아이돌로 꼽히는 그룹 신화는 이렇게 탄생했다.
신화가 지난 28일 새 음반 ‘하트(Heart)’를 냈다. 데뷔 20주년 기념 음반이다. 멈추지 않고 뛰는 심장처럼 신화는 앞으로 계속된다는 뜻에서 음반 제목을 ‘하트’라고 했다. 음반에는 타이틀곡 ‘키스 미 라이크 댓(Kiss Me Like That)’ 외에도 힙합 가수 윤미래가 특별 참여한 ‘인 디 에어(In The Air)’를 비롯해 ‘레벨(LEVEL)’ ‘러브(L.U.V)’ ‘히어 아이 컴(Here I Come)’ ‘떠나가지 마요’ 등 6곡이 실렸다.
평균 나이 39.5세인 ‘불혹 아이돌’은 여전히 건재했다. 타이틀곡 ‘키스 미 라이크 댓’은 음원사이트 엠넷에서 1위를 차지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음반 발매 다음날을 기준으로 예스24와 신나라레코드, 핫트랙스 등 온라인 음반 판매처의 일간 판매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올랐다. 신화는 3주 동안 방송 활동을 한 뒤 오는 10월6일과 7일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콘서트는 같은 달 대만 타이베이를 시작으로 해외에서도 이어진다.
신화는 ‘키스 미 라이크 댓’에서 절제미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익숙하던 ‘칼군무’ 대신 간단한 손동작만으로도 느낌을 살리려 했다. 음악과 안무를 맡은 이민우는 “신화만이 해석하고 소화할 수 있는 퍼포먼스와 노래”라며 “절제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리더인 에릭은 “빠르고 강한 곡으로는 같은 퍼포먼스만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다른 느낌의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우리에게 어울리는 음악과 퍼포먼스를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신화는 많은 후배 아이돌의 롤모델이다. 데뷔 이래 단 한 번도 공백기 없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SM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이 종료되자 당시로선 이례적으로 멤버 전원이 굿엔터테인먼트로 이적했다. 2011년에는 에릭과 이민우를 공동대표로 하는 신화컴퍼니를 설립했다. 물론 부침도 있었다. 상표권 분쟁이 대표적이다. ‘신화’라는 이름을 되찾기 위해 3년 동안 법정 공방을 벌여 2015년 5월29일 상표권을 양도받았다. 팬들은 이날을 광복절에 비유하며 매년 자축한다.
우여곡절이 있었기에 팬클럽인 ‘신화창조’와의 애정은 각별하다. 중·고생이던 팬들이 직장인이나 아이 엄마가 돼 공연장을 찾은 모습을 보면 가슴이 벅차단다. 신화는 수록곡 ‘인 디 에어’에 팬들을 향한 사랑도 담았다. ‘늘 곁에 있는 모두가 끝까지 함께 있어 멈추지 않아도 돼’라는 가사로 영원을 약속하고 앞날을 응원한다.
신화가 20년 동안 팀을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김동완은 “특별한 건 없다. 만약 비결이 있었다면 누구나 장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익살을 떨었다. 그러면서도 “서로 행복을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내 앤디는 신화가 가족보다 가깝게 느껴진다며 “후배들에게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건 서로 믿으라는 것이다. 속에 있는 이야기를 많이 하면 할수록 끈끈해진다. 이것이야말로 오래갈 수 있는 비결”이라고 했다.
20년 동안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세련된 음악에 있다. 신화는 전성기 시절의 음악을 재현하지 않고 음반마다 자신들과 어울리는 음악을 찾아 새롭게 선보였다. 2013년 발표한 ‘디스 러브(This Love)’부터는 남성성을 과시하거나 칼군무를 맞추는 대신 절제미와 세련미를 보여주는 데 주력해왔다. 이민우는 “아직도 무대에 대한 갈증이 남아 있다”며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음악으로 신화만의 무대를 계속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글=이은호/사진=이승현 한경텐아시아 기자 wild37@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