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데이터 경제 활성화 대책
내년 1조 투입…산업 기반 구축
中企에 데이터 구매·분석 지원
데이터 강소기업 100개 육성
중앙부처 대국민 서비스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전환
[ 김태훈/박재원 기자 ]
소상공인을 위한 상권분석 서비스를 내놓은 신한카드, 북미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해 미국 시장을 뚫은 차(茶) 생산업체 티젠, 빅데이터로 허위매물을 걸러낸 중고차 거래업체 ‘미스터 픽’….
경기 판교 스마트업캠퍼스에서 31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데이터 경제 활성화’ 행사에선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실현한 혁신사례가 발표됐다. 이처럼 활용 사례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한국의 빅데이터 기술은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17년 조사에서 한국의 빅데이터 활용과 분석 수준은 63개국 중 56위에 그쳤다. 국내 기업의 빅데이터 이용률도 선진국의 4분의 1 수준인 7.5%에 불과했고 인공지능(AI) 기술 격차는 1.8년에 달했다.
빅데이터 활용 부진이 AI 기술 발전 지체로 이어지고, 다시 클라우드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데이터 경제 활성화 대책’은 4차 산업혁명 후진국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나왔다.
◆동의 없이 ‘가명 정보’ 활용
정부는 개인정보 활용에 앞서 일일이 사용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규제부터 풀기로 했다. 가명 정보 개념을 법에 도입하고 개인 동의 없이도 산업 분야에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가명정보는 이름, 주민번호를 없애고 전화번호를 가상의 숫자로 대체하는 등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조치한 정보를 말한다. 그동안 통계 작성, 학술 연구 등 공익 목적에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산업계의 연구, 시장조사 등 상업적 목적에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하고 활용처까지 구체적으로 담을 계획이다.
기업과 기관들이 보유한 정보 데이터를 결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도 허용한다. 예컨대 통신업체와 금융업체의 서비스 사용자 데이터를 결합하면 연령, 성별, 지역별 소비 행태를 상세하게 분석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자동차, 드론(무인항공기), 스마트시티 등의 기술이 발전하는 것에 맞춰 사물의 위치정보 수집과 활용도 사전 동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정윤기 행정안전부 전자정부국장은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조치한 가명정보와 사물위치 정보 등 안전한 데이터는 본인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다만 가명정보를 이용해 개별 사용자를 확인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과징금 부과 등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 데이터 개방도 확대
정부,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도 대폭 개방한다. 빅데이터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데 내년에만 1조원을 투자한다.
우선 내년까지 800억원을 투자해 분야별 빅데이터센터를 전국 100여 곳에 구축한다. AI 학습용 데이터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내년 195억원을 투자한다.
또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내년부터 바우처 제도를 도입한다. 외부 데이터를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구매 바우처(1000개 업체), 데이터를 분석할 때 쓸 수 있는 가공 바우처(640개 업체)를 지원한다. 빅데이터의 핵심 인프라인 클라우드 산업 활성화에도 나선다. 공공기관 이 외에 지방자치단체와 중앙부처의 대국민서비스를 민간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전환해나갈 계획이다. 청년 인재 교육, 국가기술자격 신설 등을 통해 빅데이터 전문 인력 5만 명을 키우고 데이터 강소기업 100개를 육성하는 계획도 마련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존 산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성공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룬 것”이라며 “우리도 신속하게 전략을 세워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위기감을 높였다. 다만 시민단체 등 진보진영이 개인정보 영리화를 반대하는 것을 의식한 듯 “데이터를 가장 잘 다루면서 동시에 데이터를 가장 안전하게 다루는 나라가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훈/박재원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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