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는 은어(隱語) 느낌이 나지만 국어사전에 등장하는 표준어다. ‘늙은이’나 ‘선생님’을 비꼬는 명사로 정의돼 있다. 요즘 사람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까. 후배를 대하는 방식에 힌트가 있다. 만약 당신이 평소 후배의 잘못을 ‘지적’하는 경향이 강하다면 ‘전형적 꼰대’라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후배의 잘못을 그 자리에서 지적’하는 것(37.4%)이 ‘전형적인 꼰대의 모습’으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 ‘꼰대적 멘탈’은 많은 조직에서 상당한 충돌을 유발하고 있다. 왜 현대인들은 선배의 말을 순순히 따르지 않게 된 것일까. 여기에는 현대적 맥락에서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권위에 대한 의심’이다.
과거 조직 리더에게 상명하복의 소통은 매우 효율적인 것이었다. 선배 리더는 ‘답’을 알고 있거나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됐다. 이때 후배는 ‘선배의 명령’에 큰 신뢰를 보내고 상황 판단에 대한 권한을 선배에게 위임한다. 그런데 선배가 제시한 방향이 정답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면 선배는 권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여기서 심리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실험이었지만 일반에 덜 알려진 미국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에 대한 복종’ 후속 실험을 소개한다. 본래 실험은 피험자에게 전기충격을 명령하는 권위자가 한 명인 경우를 가정했다. 피험자는 별 의심 없이 명령을 따랐다. 하지만 후속 실험에서 권위자를 한 명 더 투입하자 극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두 명의 권위자가 상반된 해석을 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자 피험자들은 진짜 권위자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논쟁이 접점을 찾지 못하자 피험자는 진짜 권위자를 찾는 대신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전기충격을 포기했다. 즉 ‘권위의 시스템’은 불확실성이 커지면 동조율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최근의 시대 변화는 이런 상황과 맞아떨어진다. 판단이 필요한 대부분의 상황에서 대중은 전문가의 권위에 의존하기보다 직접 정보를 찾아 스스로 판단한다. 결국 ‘꼰대’로 상징되는 권위주의 시스템 붕괴 이면에는 상황의 불확실성이란 시대 배경이 깔려 있는 것이다. 확실한 미래를 담보하는 어떤 일이나 조직도 현대사회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꼰대 선배들은 후배의 잘못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는 ‘나만의 확신’보다는 후배의 사정이 무엇인지 ‘청취’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 후배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에 대한 상황을 알기 위해서다. 그래야 ‘꼰대의 최후’를 막을 수 있다.
윤덕환 < 마크로밀엠브레인 이사, 《2018 대한민국 트렌드》 대표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