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턱서 만나는 韓·日 합작영화… 애틋한 감성멜로 '대관람차' '나비잠'

입력 2018-08-30 17:26
백재호·이희섭 감독 '대관람차', 日 미호 주연 '나비잠' 잇따라 개봉


[ 유재혁 기자 ]
한국과 일본의 감독과 배우들이 함께 만든 두 편의 감성영화가 찾아온다. 2인조 혼성 밴드 더자두 멤버인 강두가 일본 배우 호리 하루나 등과 연기하고 백재호·이희섭 감독이 공동연출한 ‘대관람차’(30일 개봉)와 ‘러브레터’의 나카야마 미호와 김재욱이 출연하고, 정재은 감독이 연출한 ‘나비잠’(9월6일 개봉)이다. 일본에서 촬영돼 대부분 일본어 대사로 이뤄졌다.

‘대관람차’는 일본 오사카에서 실종된 선배를 찾아 나선 선박회사 직원 우주(강두 분)의 성장스토리이자 힐링무비다. 우주는 기타를 연주하지만 노래를 하지 않으려는 소녀 하루나(호리 하루나 분)와 만나 밴드를 결성한다. 두 사람은 음악을 매개로 교감하며 상실의 아픔을 치유해간다. 우주는 낯선 타지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잊고 있던 꿈을 찾아간다. 극중 “괜찮아(大丈夫·다이조부)”라는 대사가 넘쳐나는데, 그 말대로 모든 상황이 풀린다. 오사카 덴포잔에 있는 대형 대관람차를 제목으로 채택한 이유는 대관람차처럼 여유있게 세상을 관조하면서 행동하라는 의미다.

가수 출신인 강두는 우주 역을 맡아 오랜만에 노래 실력을 뽐낸다. 강두가 부른 노래는 가수 겸 작곡가 루시드폴의 음악이다. 강두는 “대본에는 없었는데 노래를 하게 됐다”며 “다행히 내 목소리가 루시드폴 음악과 어울려서 편하게 부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비잠’은 베스트셀러 작가 료코(나카야마 미호 분)가 우연히 만난 한국 유학생 찬해(김재욱 분)와 함께 마지막 소설을 완성해 가는 이야기다. 료코는 자신의 잃어버린 만년필을 찾아준 찬해에게 마지막 소설을 함께 준비해줄 것을 제안한다. 유전성 알츠하이머를 앓는 료코는 익숙한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늘 새로움을 추구한다. 찬해도 쳇바퀴 같은 일상의 지루함에서 벗어나려 한다. 두 사람은 빈 종이에 한 글자씩 함께 채워나가면서 새로운 사랑을 잉태시킨다.

영화는 사랑이란 이 생의 아름다운 흔적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찬해가 새롭게 꾸미는 서재는 두 사람의 마음을 대변해준다. 작가명이나 연대순이 아니라 표지 색깔별로 배치한 서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전시공간처럼 색과 빛이 아름답게 어울린다. 정 감독은 “모든 것을 등지고 떠난다면 세상이 아름답게 기억되길 바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