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新박스권'에 갇히나

입력 2018-08-28 18:21
코스피 8일 연속 올랐지만…소비위축·실적우려에 "추세 상승은 글쎄…"

"하반기 기업 이익 증가세 하향
코스피 2200~2500선 오갈 듯"

양매도 ETN·커버드콜 ETF 등
박스권에서 수익내는 상품 관심


[ 임근호 기자 ] 코스피지수가 20여 일 만에 2300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한국 증시가 장기 박스권에 진입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 이익 증가세가 둔화하고, 수출과 소비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장기 박스권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근거다. 이들은 장기 박스권에선 투자 기간을 짧게 잡고, 주가가 오른다고 주식 비중을 성급히 늘려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추세적 반등 기대하기 어려워”

28일 코스피지수는 3.82포인트(0.17%) 오른 2303.12로 마감했다. 8거래일 연속 올랐다.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긴 상승세다. 미국과 멕시코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을 위한 합의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글로벌 무역분쟁 우려가 한층 완화됐다. 한국 증시를 짓눌러온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되고 있는 점도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연일 순매수해 희망이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아직 추세적인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보는 전문가가 더 많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번 반등은 단기 저점을 찍은 후 기술적 반등의 성격에 가깝다”며 “오히려 주변 상황은 2000년대 초와 2010년 초 박스권 장세에 돌입하기 전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수출과 소비심리가 동반 위축되면서 코스피지수가 장기간 박스권에 갇혔다는 설명이다. 올 7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6.2% 늘었지만 1월 증가율(22.3%)은 물론 지난해 평균 증가율(16.0%)을 한참 밑돌았다. 소비자심리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지난 1월 18.4%에서 7월 -8.9%로 급전 직하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용쇼크와 소비심리 급랭을 감안할 때 내수 소비가 단기간에 회복되긴 어렵다”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악화된다면 증시가 상승 동력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2016년 말부터 이어진 상승장을 마감하고 2200~2500선의 새로운 박스권 장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한다”며 “기업 이익 증가세가 하향 추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코스피지수는 2011년 4월 말 사상 처음 2200선을 돌파했지만 곧 박스권에 갇히고 말았다. 코스피가 다시 2200선을 넘은 것은 6년이 지난 2017년 4월이 돼서였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반도체 빅사이클에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 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2200 재돌파 후 1년이 지나지 않아 장중 2600을 찍었다. 안 연구원은 “2016년 8.1%이던 코스피 자기자본이익률(ROE: 순이익/자본총계)이 2017년 8.9%까지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올해 2분기 기준 코스피 ROE는 9.3%지만 정점을 찍고 하락 추세인 점이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스권 여부 하반기 실적에 달려

한국 증시가 박스권에 갇힐지 여부는 하반기 기업 실적으로 가려질 전망이다. 하반기 실적을 포함한 올해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 증가율이 두 자릿수에 못 미치면 내년에는 제로 성장 혹은 역성장할 수도 있다는 불안이 증시를 뒤덮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하반기 기업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주가순자산비율(PBR: 시가총액/자본총계) 1배인 2220선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박스권 장세에선 투자 기간을 짧게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스권 하단에서 코스피200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매수하고 상단에서 매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옵션 매도 프리미엄으로 조금씩 수익을 올리는 양매도 상장지수증권(ETN)이나 커버드콜 ETF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양매도 ETN과 커버드콜 ETF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많은 시장 참가자가 시장이 급락하지도 급등하지도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일정 범위에서 시장이 움직일 때 좋은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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