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全大 '강한 여당' 내세운 '친노 좌장' 이해찬 선택
이해찬 "당·정·청 함께 가야 성과"
새로운 당·청 관계 수립 의지
청와대 수석·비서관 '긴장 모드'
"고용 위해 재정확대 정책 써야"
민생경제연석회의 가동
"기업·노동자·시민사회와 대화"
민주 수석대변인에 홍익표 의원
대표 비서실장 김성환 의원 지명
[ 김형호 기자 ] 이해찬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수장으로 귀환했다. 2012년 민주통합당 대표 당선 이후 6년 만에 당의 간판으로 복귀한 것이다.
민주당 대의원과 권리당원들은 지난 25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세대교체’를 주장한 송영길 의원, ‘경제 당대표’를 표방한 김진표 의원을 제치고 ‘힘 있는 여당’을 내세운 이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의 지지율이 각종 경제지표 악화로 본격 조정국면에 접어든 시점에 ‘강한 카리스마’를 소유한 이 의원을 당의 간판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 신임 대표가 집권 여당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2006년 3월 노무현 정부 국무총리직을 떠난 뒤 12년 만이다.
이 대표는 날로 악화되는 민생경제를 챙기면서 야당과는 협치를 풀어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당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반영한 새로운 당·청 관계도 이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 대표는 이날 수락연설과 기자회견에서 3대 현안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수락연설에서 “일하는 민주당, 유능한 민주당, 강한 민주당으로 역사적 책임을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당·청 관계를 묻는 기자회견에서 그는 “기본적으로 당과 정부·청와대가 함께 나갈 때 좋은 성과를 내고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기적으로 총리가 중심을 잡고 당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이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 정책실장 등 청와대 인사 및 부처 장관들과 정례적으로 만나 유기적으로 논의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했다. 여당 내에서는 이 대표의 등장으로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긴장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청와대 참모진 상당수는 이 대표가 총리 시절 청와대와 내각에서 근무했던 인사다.
시급한 민생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민생경제연석회의’도 가동한다. 이 대표는 “민생경제연석회의를 가동해 좋은 일자리를 위해 기업과 노동자, 정부, 시민사회와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는 구조를 마련하겠다”고 천명했다. 최근 은산분리 규제완화 특례법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선 “총리 할 때 보니 1년에 150개씩 없애도 법을 제정할 때마다 또 생겨나는 게 규제더라. 시장 변화에 적응하는지를 파악해가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이 대표는 내년도 예산의 공격적 재정 확장정책을 주문했다. 그는 “올해 세수가 20조원가량 추가로 걷힌다는 전망이 있는 데 고용문제 해소를 위해 더욱 적극적인 재정 확대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예결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태년 정책위의장을 연말 예산 처리 때까지 유임시킬 계획이다.
야당과의 협치는 이 대표가 9월 정기국회에서부터 풀어야 할 난제다. 이 대표는 ‘보수 궤멸’ ‘20년 장기집권 플랜’ 등의 발언으로 전당대회 기간 “야당과의 협치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을 자주 받았다. ‘강한 민주당’은 필히 야당과의 마찰을 부를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야당과 진솔한 자세로 대화하고 국민을 위한 최고 수준의 협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야권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가 과거 총리 시절 보여줬던 ‘면도칼’ 같은 면모를 뒤로하고 야당과 진정한 대화 정국을 이끌어낼지 주목하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그리고 당대표가 유력시되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고문 등 야권 수장들이 과거 노무현 정부나 민주당 안에서 함께 얼굴을 맞댄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여건은 나쁘지 않다는 관측이다. 다만 민주당의 지원군 역할을 했던 정의당과 은산분리 완화 특례법, 서비스산업발전법 등의 규제완화 움직임을 두고 긴장감이 높아지는 게 변수다.
한편 이 대표와 민주당 신임지도부는 26일 첫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수석대변인에 재선의 홍익표 의원을 선임했다. 대변인에는 초선인 이재정 의원과 이해식 전 강동구청장이 각각 임명됐다. 이 대표는 비서실장에 서울 노원구청장 출신인 김성환 의원을 지명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