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놓고 맞붙은 印(인태연)과 崔(최승재)의 '대리전'

입력 2018-08-24 20:44


(손성태 정치부 기자) 인태연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사진)과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사진)은 ?의 이력이 비슷하다.짧은 직장생활을 끝내고 자영업에 뛰어든후 상인회장 등을 지내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권익보호에 앞장서 왔다. 인 비서관과 최 회장은 대기업의 사업확장등에 맞서 입법화 투쟁 등 민생현장 곳곳에서 끈끈한 공조관계로 인연을 맺어왔다.

‘어제의 동지’였던 들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란 핵심 경제정책을 놓고 적(敵)으로 변했다. 최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을 동력삼은 소득주도성장에 반발, 대규모 항의집회를 여는등 대정부 강경투쟁을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소득주도 성장의 최대 수혜층으로 예상했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집단적 저항에 적잖이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조직개편을 통해 자영엉비서관을 신설하고, 현장경험이 풍부한 인 비서관을 전격 발탁한 이유다.

인 비서관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싸늘하게 얼어붙은 민심을 달래고, 어떤 지원대책을 내놓을지에 소득주도 성장의 성패가 달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인 비서관과 최 회장은 최근 소상공인 등이 최저임금 인상을 항의하는 집회에서 첫 대면을 갖고, 적극적인 소통을 약속하는 등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했다.하지만, 정부정책에 대한 간극을 감안할때 앞으로 둘의 전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印 “독자적인 산업정책 영역으로 인정” vs 崔 “끓는 냄비속 개구리에 먹이 던져주는 격”

정부의 일자리 안정화자금 지원 등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에 대한 둘의 엇갈린 평가는 향후 치열한 논쟁과 싸움을 예고한다.

인 비서관은 정부의 지원대책에 대해 “여러 부서가 지원대책을 내놓다보니 체계성이 결여됐다”면서도 “소상공인 등에 대한 정책이 과거처럼 사이드로 다뤄지지 않고 독자적인 산업정책 영역으로 인정한 것은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최회장은 일자리 안정화자금 지원과 카드수수료 인하,근로장려금(EITC) 지원등을 내용으로 한 정부 종합대책에 대해 “끊는 냄비속 개구리에게 먹이 던져주는 격”이라며 혹평했다.

최 회장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영난 악화의 주 원인인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을 근본대책으로 꼽고 있다.

인 비서관은 최근 기자를 만나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사회적인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는 만큼 향후 이해당사자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경영환경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차등적용을 주장하는 심정에는 충분히 공감한다”고도 했다. 노동자에게 임금의 하한선을 보장하고, 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한다는 최저임금의 취지상 차등적용에 명확한 선을 긋고 있는 청와대 입장에 비해선 다소 유연한 입장이다.

하지만, 인 비사관의 입장은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자는 것이지,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적극 검토하는 것 같지는 않다.그는 ”업종별 지역별로 거론되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자칫하면 소상공인및 자영업자와 노동자와의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印 “이윤률 개선 등 업계 구조개선해야” vs 崔 “최저임금 차득적용부터”

인 비서관과 최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미친 악영향을 놓고도 상당한 견해차를 보인다.

인 비서관은 “정부 최저임금 정책이 인건비 부담 등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가중시킨게 분명하다”면서도 “그 것이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위기의 수면론’을 폈다. 그는 “중소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낮은 이윤률 구조와 높은 카드 수수료, 임차비용 등으로 ‘위기의 수면’이 턱밑까지 차올랐다.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올리니 감당을 못하는 것”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최저임금 정책을 고수하되 소상공인 등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위기의 수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편의점업계가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크게 반발하는 것도 이윤률 등 ‘위기의 수면’이 ‘턱밑’을 넘어 ‘입’까지 차올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그는 한국의 실질 최저임금 수준이 두차례 인상(각각 16.4%와 10.9%) 전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들과 견줘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이라고 강변했다.

최 회장은 “다른나라에 없는 주휴수당 등이 최저임금 산정에 빠져 있다”며 “이를 포함시키면 현장에서 업주들이 부담해야 하는 실질 최저임금은 거의 1만원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현장의 경영난이 ‘엄살’이 아니라 업계 생존권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이 정권 탄생을 위해) 우리가 들었던 촛불에 타 죽을 판”이라는 과격한 발언까지 했다. 주휴수당은 근로기준법상 1주일 동안 소정의 근로일수를 채우면 1일분의 임금을 추가로 지급하도록 하는 규정을 말한다.

이 처럼 최저임금을 비롯해 소득주도성장정책을 놓고 둘의 이견차이는 크다. 더구나 청와대 비서관과 소상공인협회 회장으로서 정부정책에 대한 접근방식까지 달라졌다. ‘어제의 동지’였던 둘이 최저임금 발(發) 소상공인및 자영업계의 경영위기에 해법을 찾을지, 이 정권 내내 대립각을 세우며 ‘적(敵)’으로 변할지는 지켜볼 일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