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털업체·한샘 맹추격… 사상최대 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에이스침대

입력 2018-08-23 16:50
산업리포트 - 요동치는 1조 매트리스 시장

에이스 위협하는 3가지

(1) 렌털업체 약진
코웨이 5년 만에 매출 1649억원
침대업계 2위 시몬스 턱밑 추격

(2) 가성비 브랜드 등장
삼분의일 등 스타트업 '유통 혁신'
반값 제품으로 중저가 시장 선전

(3) 기능성 제품 열풍
폼매트리스·모션베드 인기에도
에이스, 스프링 제품만 고집


[ 심성미 기자 ] 에이스침대는 1980년대 후반 침대시장 1위가 됐다. ‘기술 있는 침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1993년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침대 하면 에이스를 떠올리게 한 문구였다. 에이스는 30년간 침대시장을 지배했다.

이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월 사용료만 내면 고급 매트리스를 빌려주는 코웨이, 형제기업 시몬스는 매출 기준으로 에이스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가성비’를 앞세운 신흥 기업, 기능성을 강조한 모션베드 업체들도 빠르게 성장하며 에이스를 위협하고 있다.

◆에이스 턱밑까지 쫓아온 코웨이

2004년 5000억원이던 국내 매트리스 시장은 2014년 1조원을 넘어섰다. 매년 1000억원 정도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에이스침대의 매출 증가율은 이 기간 한 자릿수에 그쳤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에이스침대 매출은 2057억원으로 전년(2028억원) 대비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주력 사업인 침대사업 부문의 매출 증가율은 0.5%였다.

수출이 힘든 가구업계의 특성 때문에 국내 경쟁 업체의 추격을 허용하는 것은 치명적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지만 이는 에이스침대의 자체 경쟁력보다는 ‘라돈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면서 반사 이익을 봤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에이스침대의 자리를 위협하는 새로운 강자는 생활가전업체 코웨이다. 이 회사는 2011년 말 침대 매트리스 렌털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2년 2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회의적 평가도 있었지만 코웨이는 지난해 매트리스에서 매출 1649억원을 올렸다. 5년 만에 침대 업계 양강인 에이스침대(1863억원)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코웨이의 매트리스 누적 계정 수(2분기 말 기준)는 39만3000개에 달한다. 2016년 매트리스 렌털 사업을 시작한 청호나이스도 1만3000여 개 계정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에는 최근 웅진도 가세했다. 렌털업체들은 월 2만~4만원의 가격으로 고가 매트리스를 쓸 수 있으며 4개월에 한 번씩 매트리스 살균 작업을 해주는 사후관리까지 보장해준다는 점을 앞세워 성장하는 매트리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거품 뺀 ‘가성비 甲 업체’ 등장

중저가 매트리스 업체의 공세도 간단하지 않다. 이들은 ‘쓸 만한 매트리스’는 적어도 150만~200만원은 줘야 한다는 통념을 깨고 있다. 이 가격은 에이스침대의 베스트셀러 제품의 가격대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선두에 서 있다. 대리점 직영점 등 복잡한 유통 과정을 없애고, 매트리스 압축 기술로 유통비까지 절감하는 혁신을 통해 가성비 좋은 매트리스를 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창업하자마자 연 매출 50억원을 올린 삼분의일이 선두주자다. 이 회사 매트리스는 싱글 기준 69만원이다. 삼분의일 매트리스를 써본 소비자들은 “300만~500만원대 수입 고가 브랜드 템퍼와 비교해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내고 있다. 삼분의일이 시장에 안착하자 베드메이트유 삼분의일, 브랜드리스 매트리스 등 뒤를 따르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한샘도 중저가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침대 가격의 거품을 잠재우겠다’고 선언한 한샘의 무기는 대량생산과 강력한 유통망, 가격 경쟁력 등이다. 한샘의 지난해 침대사업 부문 매출은 1500억원으로 전년(1400억원) 대비 7.1% 증가했다. 에이스침대와 한샘의 매출 차이는 350억원에 불과하다. 현대리바트 역시 100만원대 미만의 매트리스 브랜드 ‘엔슬립’을 출시하며 중가 매트리스 시장을 공략 중이다.

◆메모리폼·모션베드 인기인데…

고급 침대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메모리폼 라텍스 모션베드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스프링 매트리스’만 취급하는 에이스침대에는 악재다.

메모리폼 매트리스는 누웠을 때의 압력을 균일하게 분산해주는 데다 부분적인 꺼짐 현상이나 장시간 사용으로 인한 소음 등 스프링 매트리스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부분이 보완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점유율이 약 10%대로 올라왔다. 침대에서 TV나 책을 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모션베드 시장도 커지고 있다. 2016년 3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1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모션베드 시장에는 시몬스 템퍼 한샘 에몬스 일룸 등 에이스침대를 제외한 대부분 회사가 뛰어들었다.

하지만 에이스침대는 기능성 제품의 열풍에도 ‘스프링 매트리스’에 주력하고 있다. 기능성 침대는 일시적 유행에 그칠 것이라고 에이스는 보고 있다. 에이스 측은 “일부 대리점주가 요청해 구색 맞추기용 모션베드 모델을 하나 내놓았지만 에이스침대는 ‘스프링 침대’를 주력 상품으로 가져갈 예정”이라며 “스프링 침대가 메모리폼보다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해 몸을 지탱해주는 반발력이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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