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급증하는 GBK, 우량주 사서 '루비콘 기질' 발휘해야

입력 2018-08-21 18:43
글로벌 종목투자 성공하려면

GBK, 평균 수익률 국내 종목투자보다 3배 높아 인기
韓 경제 침체일로…세계는 하반기도 최소 3.9% 뜀박질
리스크 클 때 덜 떨어지는 종목과 '시겔형 기업' 주목을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올 들어 국내 재테크 시장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GBK(global brokerage), 즉 글로벌 종목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실제로 투자액도 급증한 점이다. GBK란 국내 종목투자, 즉 BK(brokerage)에서 벗어나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직접 종목에 투자하는 방법을 말한다.

투자 대상국과 종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작년 말 대비 지난 7월 말까지 GBK의 평균 수익률은 BK보다 3배나 높다. 특히 MAGA(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와 같은 미국 기업에 투자했다면 국내 대기업에 투자했을 때보다 수익이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재테크 수단별로도 GBK의 수익률이 단연 높다.

여름 휴가철 이후에도 GBK 여건은 좋다. 우리 경제를 보는 시각은 해외기관일수록 안 좋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진단과 예측지표로 가장 정확하다고 평가받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복합선행지표(CLI)를 보면 한국은 15개월 연속 하락해 ‘100’ 밑으로 떨어졌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돌 때는 ‘경기 둔화’ 혹은 ‘침체’를 의미한다.

대내외 변수도 녹록지 않다. 대외적으로 보호주의 물결이 누그러지지 않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통상 압력이 한국에 집중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등 신흥국은 금융위기 재연 조짐도 감지된다. 특히 트럼프 정부와 갈등을 빚는 신흥국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 한국도 북한 석탄 수입 문제로 트럼프 정부와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내부적으로는 최저임금과 법인세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 기업 정책도 우호적이지 않다. 가계부채 부담이 위험수위를 넘은 지 오래다. 남북한과 미·북 정상회담 이후 후속 조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당초 예기치 못한 ‘테일 리스크(tail risk:꼬리 위험)’가 언제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예측기관도 한국 경제 성장률을 내려 잡기 시작했다. 하반기 들어 발표한 대내외 예측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평균 2.8%다. 미·중 간 무역마찰이 지속될 경우 2.5%까지 내려 잡는 비관론도 나오기 시작했다. 상반기 성장률이 3.5%였던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2.5% 내외로 ‘상고하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OECD 복합선행지표 100 밑돌아

반면 세계 경제 성장률은 하반기에도 최소한 상반기 수준인 3.9% 내외를 유지할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우리 국민의 주식투자 접근도가 높은 미국, 유럽, 인도, 베트남 등의 성장세가 돋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의 통상마찰 등 변수가 있긴 하지만 중국 성장률도 목표 하단선인 6.5%는 유지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달러 가치는 머큐리(Mercury·펀더멘털)와 마스(Mars·정책)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2015년 12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첫 금리 인상 이후 예상과 달리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지 않은 것은 1995년 역(逆)플라자 합의 이후 지속한 루빈 독트린(강달러 정책)에 따라 확대된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급선회했던 달러 약세 정책 요인이 더 컸기 때문이다.

북핵 테일 리스크도 우려

특정국이 자국 통화 평가절하를 통해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출입 구조가 ‘마셜 러너 조건(외화표시 수출수요 가격탄력성+자국통화표시 수입수요 가격탄력성>1)’을 충족해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때는 ‘J커브’ 효과로 무역적자가 오히려 확대된다. 미국이 그렇다. J커브 효과란 특정국의 통화 가치가 절하되면 수출입 가격 변화는 즉시 일어나지만 물량 변화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초기에는 무역수지가 더 악화한다는 이론이다. 출범 2년차 들어 트럼프 정부가 달러 강세를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환율 면에서도 GBK에 유리한 여건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글로벌화는 크게 세 가지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정부 차원에서 각국 간 다른 제도와 규범 등을 통일시켜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드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그 토대 위에 ‘가치(value)’를 창출하는 기업과 금융회사가 해외로 진출한다. 투자 대상이 밖으로 나간다면 그것을 목표로 하는 주식 투자자도 따라가야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GBK는 환율, 세제, 정보 취득 등에서 BK보다 어렵다. 한국처럼 GBK의 초기 단계에서는 더 그렇다. 하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어렵지만 반드시 가야 할 투자 여건에서 주식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책은 자본주의의 본질을 충실히 따르는 일이다. 증시는 자본주의의 본질이 가장 잘 반영되는 꽃이기 때문이다.

'각국의 삼성전자' 주식을 사라

앞으로 주식을 공급하는 주체로서 우량, 비우량 기업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주식을 사는 주체로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격차도 벌어질 것이다. 이런 여건에서 최상의 GBK 시나리오는 고소득층이 선호하는 우량 기업 주식을 사들이는 방안이다. 한마디로 ‘각국의 삼성전자’에 해당하는 주식을 사라는 의미다.

또 새롭게 형성되는 여건에 맞춰 항상 새로운 상품(기업)을 찾는다. 그중에 가장 관심을 둬야 할 것은 ‘알파 라이징 기업’이다. ‘알파 라이징 기업’이란 현존하는 기업 외라는 점에서 ‘알파’가, 새로운 평가 잣대에 따라 부각된다는 의미에서 라이징(rising)이 붙은 용어다. 이제 막 성장기에 들어간 4차 산업혁명 종목 등이 대표적인 예다.

지속 가능한 ‘시겔형 기업’ 주식도 주목해야 한다. 시겔형 주식이란 그때그때 인기주, 주도주와 관계없이 10년 후에 돈이 되고 20년 후에 노후 대비가 되면서 30년 후에는 자녀에게 상속이 가능한 기업 주식을 말한다. 하지만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능력과 생존 수명은 갈수록 짧아지는 추세다.

불확실한 위험에 흔들리지 말아야

GBK로 투자종목을 선택했다면 다음에 해야 할 일은 ‘루비콘 기질’을 발휘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부자일수록 돈을 벌 수 있는 확실한 투자수단을 선택한 뒤엔 루비콘 강을 건너면 되돌아 올 수 없듯이 어떤 위험이 닥친다 하더라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점을 우리 투자자들은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지금은 리스크 시대다. 1997년 케네스 갈브레이스가 ‘불확실성 시대’에 들어갔다고 진단한 이후 40년이 지났지만 배리 아이컨그린 미국 UC버클리 교수가 ‘초불확실성 시대’에 들어갔다고 언급할 만큼 투자환경은 더 복합해졌다. 이 때문에 리스크가 작을 때 많이 오르는 종목보다 리스크가 클 때 덜 떨어지는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