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 이름이 짜장면·부대찌개·보쌈인 회사가 있다

입력 2018-08-20 19:24
IT기업들의 톡톡 튀는 ‘회의실 작명법’




(임현우 IT과학부 기자) 직장인이라면 수시로 들락거리게 되는 공간 중 하나가 회의실이죠. 일반적으로 회의실의 모습은 딱딱합니다. 회의실 1, 2, 3 같은 무색무취 이름에 탁자, 의자, 스크린 정도만 덩그러니 놓인 경우가 많죠. 하지만 요즘 정보기술(IT) 기업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회의공간을 개성 있게 꾸미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알지피코리아의 회의실을 한 번 볼까요. 우선 방 이름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부대찌개, 보쌈, 샌드위치, 파스타, 햄버거, 마파두부, 볶음밥, 양장피, 짜장, 짬뽕, 탕수육 등 모두 배달음식에서 따왔습니다. 특히 짜장 회의실과 짬뽕 회의실은 칸막이를 트면 또 하나의 초대형 회의실로 변신합니다. 사내에서 ‘짬짜면’ 회의실로 부른다고 하네요.

회의실 탁자에도 배달음식 사진을 붙여 직원들이 마치 식탁에 둘러앉아 편하게 대화하는 느낌을 받도록 했습니다. 알지피코리아 관계자는 “회의 장소를 알릴 때 ‘볶음밥 먹으러 가시죠’ 식으로 재밌게 이야기한다”며 “부드러운 분위기로 회의가 진행돼 보다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카카오 계열사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경기 판교의 새 사무실로 이사했는데요. 회의실 이름을 원, 달러, 유로, 위안 등으로 지었습니다. 금융 서비스에 주력하는 기업 성격에 맞춰 세계 주요 국가의 화폐단위를 활용한 겁니다. 카카오페이 측은 “회의실마다 빈백(bean bag) 소파나 긴 테이블, 원형 테이블을 배치하는 등 다양한 콘셉트로 구성해 목적에 따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서울 성수동에 있는 차량공유업체 쏘카의 회의실에는 갖가지 교통 표지판이 붙어있습니다. ‘SLOW(천천히)’ ‘YIELD(양보)’ ‘SPEED LIMIT(속도 제한)’ ‘P(주차장)’ 등의 독특한 작명법이 눈길을 끕니다.

젊은층이 많고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지향하는 IT 분야 스타트업일수록 사무실 디자인에 적잖이 공을 들이는 추세입니다. 물론 인테리어만 멋드러지게 꾸민다고 좋은 아이디어가 저절로 샘솟는 건 아니겠지요. 그래도 ‘우리 회사도 저런 시도 한 번 해봤으면’ 생각하는 직장인들 많지 않을까요? 저는 그럼 주간회의가 있어서 이만….(끝)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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