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이산가족이 20일 금강산에서 감격의 상봉을 한다. 남측 이산가족 89명은 동행 가족과 함께 이날 오전 8시35분께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버스를 타고 금강산으로 출발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이들을 배웅했다.
형과 함께 북측의 조카를 만나는 이병주(90) 할아버지는 '잘 주무셨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너무 설레서 잘 못 잤지요. 늙어서 일찍 깨기도 하지만…"이라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북측의 이복 여동생들과 상봉하는 신종호(70) 씨도 "어제 9시 못 돼 잠들고 오늘 새벽 3시에 일어났다"면서 "몸은 어디 아픈 데 없이 좋다. 거기 가서도 좋아야지"라고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북측 조카들을 만나는 이시득(96) 할아버지는 "어제 잘 잤고 5시쯤 일어났다"면서 "아직은 기분이 어떤지 실감이 안 난다"고 말했다.
역시 조카와 상봉하는 이관주(93) 할아버지는 "내래 이번이 마지막이야. 이번에 우리 조카 만나면 이제 죽을 날만 받아놓은 거지. 이게 뭐야. 이번에 만나면 내가 죽을 때까지 못보는기야"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평양 출신인 이 할아버지는 "이번에 우리 아들 데리고 같이 가는데 그 이유가 있다"면서 "형님 자식들 이번에 만나면 이쪽 남쪽 내 자식하고 그쪽 조카들하고 서로 사촌지간 아니갔어. 우리가 죽어도 남과 북 사촌끼리 맺어줘야 하니까"라며 울먹였다.
대다수 이산가족이 이른 시간인 오전 6시30분 이전에 황탯국으로 아침 식사를 한 뒤 7시께부터 로비에서 대기하는 모습이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마음이 다들 급하신 것 같다. 워낙 급하신 마음에, 어서 출발하시고 싶은 마음에 버스도 빨리 타고 싶으실 것"이라며 "건강히 다녀오시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북측 올케를 만나러 가는 이금연(87) 할머니는 곱게 개량한복을 차려입고 딸의 도움을 받아 버스에 올랐다.
이들은 오후 3시부터 금강산호텔에서 단체 상봉의 형식으로 2시간 동안 꿈에 그리던 북측 가족과 만난다. 분단 이후 만날 수 없었던 남북의 가족이 65년 만에 재회하는 것이다.
이어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북측 주최로 환영 만찬이 이어져 남북의 가족이 금강산호텔 연회장에서 다 같이 저녁 식사를 하게 된다.
이산가족들은 22일까지 2박3일간 6차례에 걸쳐 11시간 동안 얼굴을 맞댈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정부는 이산가족 중 고령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의료·소방인력 30여 명을 방북단에 포함했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육로와 헬기 등을 이용해 신속하게 남측으로 후송할 계획이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2015년10월 이후 2년10개월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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