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곡 '머리…'는 동해가 작사·작곡
대만 등 14개국 아이튠즈 음반차트 1위
[ 이은호 기자 ] 가수를 꿈꾸는 두 소년은 열다섯 살 때 처음 만났다. 둘은 모두 춤을 좋아했다. 데뷔의 꿈을 안고 동고동락한 지 5년. 소년들은 그룹 슈퍼주니어로 함께 꿈을 이뤘다. 은혁과 동해의 이야기다. 데뷔 10년 만인 2015년, 이들은 슈퍼주니어 안에서 또 다른 팀을 꾸렸다. 자신들의 영문 이름에서 앞글자를 하나씩 따서 ‘슈퍼주니어 D&E’라고 이름 붙였다.
슈퍼주니어 D&E가 지난 16일 오후 6시 두 번째 미니음반 ‘바웃 유('Bout You)’를 발표했다. 첫 번째 음반 이후 3년5개월여 만에 내놓은 신보다. 그사이 동해와 은혁은 군대에 다녀왔다.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슈퍼주니어 D&E를 서울 삼성동 SM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났다.
“음악을 만드는 데는 5~6개월 정도 걸린 것 같아요. 군대에 있을 때부터 은혁이와 휴가 때마다 만나 우리가 어떤 음악을 하면 좋을지, 요즘 유행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등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대략적인 그림을 구상하는 데만 1년 반 이상이 걸렸습니다.”(동해)
음반에는 타이틀곡 ‘머리에서 발끝까지('Bout You)’를 포함해 모두 8곡이 실렸다. 동해가 타이틀곡을 작사·작곡했고 여기에 은혁이 랩을 더했다. 음반에는 멤버들의 솔로곡도 들어 있다. 동해는 짙은 감성이 돋보이는 ‘지독하게(Lost)’를, 은혁은 힙합 장르의 ‘일루션(Illusion)’을 불렀다.
‘한류 제왕’이라는 별명은 이번에도 이름값을 했다. ‘바웃 유’는 발매 다음날인 17일을 기준으로 홍콩, 인도네시아, 마카오, 말레이시아, 멕시코,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 아랍에미리트, 베트남, 아르헨티나, 과테말라 등 세계 14개 지역 아이튠즈 음반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영광의 시간 앞에는 긴 인내가 있었다. 창작의 길이 막혀 있던 군대에서 두 사람은 생각이 많아졌다고 했다. 동해는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며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답답함이 쌓였는데, 새 음악이나 무대를 상상하고 연구하며 해소했다”고 털어놨다. 둘은 편지도 자주 주고받았다. ‘남자들끼리 편지를?’이란 눈빛을 보내자 은혁은 “군대에 가면 그렇게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슈퍼주니어 멤버들에게서 받은 편지는 상자를 마련해 따로 보관하고 있단다.
때론 의견이 갈리거나 갈등이 생길 법도 하지만 은혁과 동해는 “싸운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자주 대화를 해온 덕분이다. 은혁은 “슈퍼주니어로 활동할 땐 갈등을 중재해줄 멤버가 있는데 지금은 우리 둘이서만 활동한다. 누군가 서운한 점을 마음에 담아두면 결국 스트레스만 커지게 된다. 그래서 자주 얘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처음 어떻게 친해졌을까.
“저한테 은혁이는 선배였어요. 저보다 1년 반쯤 일찍 SM엔터테인먼트에 들어왔거든요. 빨리 친해지고 싶었어요. 그래야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하.”(동해)
“그때 동해는 목포에서 갓 상경한, 말수 적고 순수한 소년이었어요. 사실은 굉장히 남자다운 성격인데 그땐 잘 몰랐죠. 회사(SM엔터테인먼트)에 동갑내기가 별로 없었을 때라 친구가 생겼다는 생각에 기분이 마냥 좋았습니다.”(은혁)
동해는 슈퍼주니어 D&E의 역할에 대해 “슈퍼주니어의 공백을 채워주면서도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제 시간에 꿈을 내맡겼다. 한때 한류를 선도하던 이들은 이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롱런’의 길을 걷고 싶다고 했다.
“항상 1등만 할 수는 없어요. 훌륭한 후배들이 성장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세대교체도 돼야 하죠. 이제 우리 목표는 1등이 아니라 오래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겁니다.”(은혁)
“슈퍼주니어는 항상 도전해 왔다고 생각해요. 요즘엔 남미 국가에 계속 문을 두드리고 있어요. 앞으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도전은 계속해나갈 거예요. 지금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콘텐츠도 있거든요. 얼마 지나지 않아 팬 여러분에게 또 한 번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으니 그때를 기다려주세요!”(동해)
이은호 한경텐아시아 기자 wild37@tenasia.co.kr
사진=SJ레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