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까지 싸잡아 비난하며
弱달러 선호하던 입장 바꿔
"미국에 자금 몰리면 좋은 일"
달러가치 4개월간 8% 상승
[ 김현석 기자 ] 약(弱)달러를 선호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자기 달러 강세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해 주목받고 있다. 14개월 내 최고 수준에 달했던 달러 상승세가 미·중 무역협상 재개 소식에 일단 주춤해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발언으로 신흥국들의 불안감은 커졌다. 달러 강세를 보이면 신흥국 통화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미국 경제는 어느 때보다 좋다”며 “소중한 달러에 전례 없이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 이익은 어느 때보다 좋고 인플레이션 압력은 낮으며 기업들은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언급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월 취임 이후 주기적으로 달러화 강세에 불만을 나타내왔다. 지난달 20일엔 트위터로 “중국과 유럽연합이 통화 가치를 조작하고 이자율을 낮추고 있지만 미국은 이자율을 올리면서 달러화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며 미 중앙은행(Fed)과 제롬 파월 의장까지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또 “달러 강세가 불이익을 가져다준다”고 했다.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미국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은 훌륭한 일”이라며 “달러 강세가 (수입)상품 가격을 억제한다”고 설명했다.
유로, 엔, 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지난 4개월 동안 거의 8% 상승했다. 8월 들어서만 2.2% 올랐다. 반면 터키 리라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인도 루피화 등이 급락하면서 MSCI 신흥시장통화지수는 지난 15일 1587.80으로 2017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달러 강세는 신흥국에 위기를 불러왔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를 제치고 달러화가 국제 금융시장의 리스크 심리를 반영하는 바로미터로 자리잡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신현송 BIS 조사국장은 “달러 강세는 신용 거래에 대한 수요를 줄이고 이는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자의 욕구를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DXY는 이날 96.56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미·중 무역협상이 22일 재개된다는 뉴스에도 그 폭은 크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강달러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여전하다. 달러 강세는 미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수출주 주가 하락을 불러 미 증시에 부정적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뉴욕 금융사 템푸스의 후안 페레즈 수석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화 절하에 대해 꾸준히 말해왔다”며 “그가 (달러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될 것인지 얘기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경제 펀더멘털로 봐도 달러 방향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미국 경기가 홀로 강세를 보이고 Fed는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또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중국과 신흥국의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것도 달러 강세 요인이다. 하지만 감세와 재정 부양으로 재정 적자가 내년이면 1조달러를 넘을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재무부가 매월 새로운 국채 발행 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건 달러 가치에 부정적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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