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동양생명, 최대 2000억 후순위채 발행 돌입

입력 2018-08-17 09:00
한투·KB 주관사로 선정…다음달 초 발행
발행 성공하면 해외조달 추진 자제할수도


≪이 기사는 08월16일(17:5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동양생명이 최대 2000억원어치 후순위채 발행절차를 돌입했다. 당초 해외에서 최대 5억달러(약 565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 등으로 신흥국 채권시장 분위기가 나빠지자 국내로 시선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다음달 6일 국내에서 최대 2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공모로 발행할 계획이다. 이달 말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채권 만기와 금리, 조기상환 등 구체적인 발행조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이 발행 주관을 맡고 있다.

후순위채는 발행 당시엔 전액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지만 만기가 5년 미만으로 남았을 때부터 자본으로 인식되는 금액이 매년 20%씩 줄어드는 채권이다. 만기까지 발행금액이 모두 자본으로 인정되는 영구채(신종자본증권)와 딜리 특정 시점부터는 다시 자본 확충을 고민해야 한다. 대신 발행회사가 파산하면 원리금을 돌려받는 순위는 영구채보다 앞서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선 후순위채는 영구채보다 신용도가 한 단계 높고 금리도 낮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인 동양생명이 이번에 찍는 후순위채 신용등급을 기업 신용도(AA+)보다 한 단계 낮은 ‘AA’로 매겼다.

동양생명은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국내에서 후순위채를 발행하겠다고 결정했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신흥국 저(低)신용 회사채 수요가 얼어붙은데다 국내 보험사 영구채 금리가 해외 유통시장에서 크게 치솟는 등 발행여건이 악화된 것을 반영했다. 채권시장에선 이 회사가 아직 해외 발행 계획을 철회하진 않았지만 이번에 2000억원의 자본을 쌓는데 성공하면 당분간 해외 조달엔 관심을 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충분히 자본확충이 가능하다면 조달여건이 좋지 않은 해외로 굳이 나갈 필요를 못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들도 해외 대신 국내로 자본확충 무대를 옮기고 있다. 5억달러어치 해외 영구채 발행을 준비했던 현대해상도 지난달 조달처를 국내로 옮기기로 결정하고 5000억원어치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올 하반기 해외 영구채 발행을 추진했던 한화손해보험도 지난달 31일 국내에서 1900억원어치 영구채를 찍었다.

국내 보험사들은 2021년 새 보험업 회계처리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규모 자본을 쌓고 있다. I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FRS17 아래에선 부채 증가가 불가피해 자산건정성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에 지급여력(RBC)비율을 150%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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